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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한 장보다 못한 최저임금제도김용주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대구지사)
김용주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참터 대구지사)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로또라는 것을 구입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로또는 자본주의 사회의 많은 모순을 보여 준다. 하지만 이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1등에 대한 직접적인 욕심보다는 짧은 시간이나마 ‘소박한 희망’을 가질 수 있음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매년 이맘때쯤 되면 1년에 한 번 결정되는 무언가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은 일종의 소박한 희망을 가슴에 품는다. 하지만 곧 그 희망은 절망이 된다. 오히려 로또 구입보다도 못한 비통함과 절망감만을 안겨 주고 만다.

올해도 우리들에게 현실적인 박탈감만 안겨 줄 가능성이 많은 주제가 바로 ‘최저임금’이다.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에 2013년에 적용될 최저임금과 관련된 심의 요청을 접수했다. 최저임금과 관련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고,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6월 말까지 노사정 간의 대립이 반복될 것이다.

얼마 전 양대 노총과 청년유니온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는 ‘2013년 적용 최저임금 5천600원 요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노동자들의 생활보장과 공정한 임금 확보, 소득분배구조 개선 등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실현하는 최소한의 요구로 현재 노동자 평균 정액임금의 50% 수준인 시급 5천600원을 요구했다.

최근 들어 노동계는 최저임금의 인상과 관련해 ‘생활임금의 쟁취’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다.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는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생계비를 보장하는 수준에서 임금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부가 발표한 2011년 노동자들의 월평균 정액급여인 234만1천027원의 50%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법정 최저임금이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통계에서도 보듯이 현재의 최저임금은 ‘최저’라는 기준에 맞는지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단순히 전년도 최저임금보다 몇 십원, 몇 백원 오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 수준의 임금확보, 이것이 바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잣대가 돼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최저임금제도는 하위임금을 상승시키는 효과보다는 대다수 노동자들의 임금기준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묶어 하향 안정화시키는 의미가 크다. 이에 대다수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당연히’ 최저임금 또는 그 이하 수준에 머무러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최저임금만 지급하면 법을 준수한다는 이른바 면죄부를 부여하는 효과도 있다. 즉 98년 외환위기를 틈타 정리해고제가 근로기준법에 신설되면서 법 규정이 근로자들을 정리해고로부터 보호하기보다는, 많은 사용자들에게 정리해고를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신호탄으로서의 역할을 한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다.

노동계의 통계조사를 보면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200만명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10원이라도 많이 인상시키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비정규 노동자, 불안정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왜 저임금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MB정권의 노동정책으로 대표되는 ‘국가고용전략 2020’은 파견노동과 기간제 기간 확대 등 고용규제 완화와 노동시간 유연화를 표방하고 있다. 결과적으론 불법파견과 간접고용의 확대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형태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이들에게는 법정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임을 강제하려고 한다. 지금은 그나마 안정적으로 보이는 정규직 노동의 형태를 축소하고 이들을 비정규 노동의 형태로 재편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최저임금 투쟁은 단순히 노사 간 또는 정부 중심의 교섭을 통해 얼마간의 임금을 인상시키는 것보다 최소한의 생계비를 보장하는 생활임금의 쟁취로 나가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비정규 노동 철폐투쟁으로 확산돼야 할 것이다.

노무사 업무를 통해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몸소 체감하게 된다. 위장도급 형태로 운영돼 대규모 회사의 정규직 노동자들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그들의 절반 정도의 임금도 불평 없이 받을 수밖에 없는 불법파견 노동자들, "상여금은 정규직들만 주고 우리 같은 계약직들은 안 주는데 이게 노동법에 어긋나지 않냐"고 하소연하는 계약직 노동자들,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들도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냐"며 오히려 의아해하는 소박한 파트타임 노동자들….

그들에게 매년 6월 말은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소박한 희망을 주기라도 하는 ‘로또 한 장’보다도 못한 우리나라 최저임금제도의 현실이 오늘도 우리 노동자들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김용주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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