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계 원로들이 23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사 파업사태 해결과 청문회 개최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법인카드 부정사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한 김재철 MBC 사장이 지난 21일 경찰조사를 받은 가운데 언론노조 MBC본부가 김 사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본부는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회사의 회계자료를 압수수색하기는커녕 증거를 인멸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주면서 수사를 질질 끌었다"며 "경찰은 법인카드 사용내역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업무상 배임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등포경찰서는 21일 오후 김 사장을 소환해 약 6시간에 걸쳐 조사를 벌었다. 본부에 따르면 MBC 51년 역사상 현역 사장이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본부는 김 사장이 소환기일을 하루 넘긴 토요일에 출두한 것에 대해 "방송과 신문 출입기자들이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을 출두일로 고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까지 MBC 기자들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김 사장은 2010년 취임 이후 법인카드로 7억여원을 썼다. 이 중 전국의 특급호텔에서만 1억5천만원을 사용했다. 김 사장 명의로 된 3장의 법인카드 중 그가 직접 들고 다니는 법인카드의 경우 주말과 휴일에 결제된 비율이 41.7%에 달했다.

본부는 "노조간부들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흘리면서 김재철에 대해서는 구속하지 않겠다는 것은 경찰의 편들기 혐의만 키울 뿐"이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증거 인멸을 막기 위해 김재철 사장을 구속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계 원로들은 이날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사 파업사태 해결과 방송장악·민간인 불법사찰 청문회 개최를 국회에 요구했다. 원로들은 "사태의 핵심 원인인 방송사의 낙하산 사장을 즉각 퇴진시키고, 공정방송 언론자유를 위해 싸우다 회사로부터 부당한 징계를 받은 언론인들을 원상회복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계 원로 선언에는 김선주 전 한겨레신문 논설주간·김중배 언론광장 상임대표·정연주 전 KBS 사장 등 76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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