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와 민주일반연맹 지역노조는 19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기간제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조현미 기자
보건소에서 6년째 방문간호사로 일하는 임명선(40)씨는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고 있다. 6년째 같은 보건소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기간제 노동자라는 이유로 정규직 공무원과는 동질감이 형성되지 않는다. 주민들은 서비스를 제공받기 전에 "정규직이야, 기간제야"라고 먼저 묻는다. 기간제라고 하면 혈압을 안 재겠다는 사람도 있다. 임씨는 "비정규직 간호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질 나쁜 서비스로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속상하다"면서도 "간호선생님들이 자리를 지키는 이유는 어르신들이 눈에 밟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용만 안정된다면 자존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일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구체적인 추진지침까지 발표했음에도 일부 기간제 노동자들은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에서 제외돼 애를 태우고 있다. 보건소에서 방문건강관리사업을 담당하는 간호사나 전국 초·중등학교에서 일하는 영어회화전문강사·스포츠강사가 대표적이다. 고용노동부는 방문건강관리사업이 정부의 복지정책 실업대책에 의해 취업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 기간제 사용기간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일반연맹 지역노조가 전국의 56개 보건소 간호인력 300여명을 상대로 면접조사를 한 결과 채용된 인원 가운데 취업취약계층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성일 민주일반연맹 지역노조 위원장은 "정규직 공무원이 동일업무를 일부 수행하는 보건소도 있다"며 "방문건강관리사업은 단순한 일자리 제공사업이 아닌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목표하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영어회화전문강사 역시 전문직이라는 이유로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석진혁 한국초중등영어회화전문강사협의회 사무국장은 "영어회화 전문강사의 80%가 여성인데 매년 재계약 공포 때문에 임신과 출산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학생교육에 온 힘을 쏟아야 하는데 매년 재계약 불안 속에 떨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각 시·도교육청은 이달 15일까지 '상시지속적 업무담당자에 대한 무기계약 전환계획 및 직무분석' 자료를 노동부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교육청에서는 이를 일선 학교에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규 학교비정규직노조 조직위원장은 "노동부가 무기계약직 전환지침을 내려도 정부기관에서 듣지 않으니 정권 말기인 게 분명하다"며 "교육청별로 무기계약 전환직종에 대한 통일성도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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