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17일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사태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을 하려던 해고노동자들을 가로막고 있다. 최병수 작가가 만든 상징물을 문제삼았다.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 등 7명이 연행됐다. 정기훈 기자
17일 오전 11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꽹과리와 피리 소리가 요란한 수문교대식이 열리는 한쪽 구석에서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섰다.

“기자회견 참석자 여러분은 현수막 앞으로 와 주세요. 앗, 뒤로 와야겠군요. 참석자가 덜 와서 5분 뒤에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촉구와 정리해고제 철폐를 위한 전국해고노동자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쌍용차 22번째 희생자를 위한 시민분향소가 설치된 대한문 앞은 평화로웠다. 그런데 기자회견 참가자 서너 명이 철근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을 차에서 옮기려는 순간 경찰이 이들을 에워쌌고,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다.

해당 조형물은 하루 전인 16일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기자회견에 참석한 현장미술가 최병수씨가 쌍용차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만든 설치작품이다. 새만금 ‘솟대 작업’으로 유명한 그는 환경파괴를 반대하는 작품들을 주로 제작해 온 설치전문 작가다.

하지만 경찰은 최씨의 작품을 불법시위 도구로 봤다. 남대문경찰서측은 “불법시위 도구를 기자회견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이를 수거하려 했고, 기자회견에 온 해고자들은 “무거워서 한두 명의 힘으로는 들 수도 없는 예술작품이 불법시위 도구로 보이냐”고 반발했다.

숨진 쌍용차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뜻이 담긴 예술작품을 뺏기지 않으려는 기자회견 참석자들과 불법시위 도구라고 주장하는 경찰 간 한 시간 가까운 몸싸움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씨를 비롯해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등 7명이 연행됐다.

연행 과정은 폭력적이었다. 몸싸움 과정에서 분통이 터진 한 해고자가 경찰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치자 경찰은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 봐"라고 따졌다. 이에 해고자가 “남대문 경찰과장 XX놈이라고 했다. 왜!”라고 하자 경찰간부는 곧바로“공무방해로 연행해” 라는 지시를 내렸다. 급기야 졸업사진을 찍으러 덕수궁에 온 덕원여고 3학년 학생들이 경찰을 비난하고 나서기도 했다. "직권남용 아닌가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세요"라는 고3 여학생들의 앳된 목소리가 경찰 난입으로 난장판이 된 기자회견장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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