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은회 기자
이변이라면 이변이다. 누구도 진보정당 후보가 탈락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진보정치 1번지’ 울산 북구의 참패는 그래서 더욱 쓰다.

지난 11일 치러진 총선에서 김창현 통합진보당 후보는 3만6천482표(47.6%)를 얻어 4만116표(52.4%)를 받은 박대동 새누리당 후보에 3천634표(4.8%) 뒤졌다. 상식을 거스른 공천과 이를 밀어붙인 운동권의 패권주의가 맞물린 결과다.

원래 김창현 후보의 텃밭은 북구가 아닌 동구다. 98년 울산 동구 민선 초대구청장을 지내는 등 진보정치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는 돌연 “정치적 고향은 동구이지만, 뼈를 묻을 곳은 북구”라며 북구로 왔다. 북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조승수 전 의원은 남구로 갔다. ‘누가 오든 북구에선 당선된다’는 확신 없이는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당연하다. ‘노동자 깃발만 꼽으면 무조건 된다’는 발상은 최대 유권자 집단인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자존심을 건들기에 충분했다.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출신인 이상범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와의 야권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한 뒤 상승세를 타던 김 후보의 지지율이 선거를 앞두고 고꾸라진 것은 결국 스스로 초래한 불신 때문이다. 타성에 젖은 운동권은 노동자들의 마음을 잡는 데 실패했다.

이런 마당에 선거운동에 힘이 실릴 리가 없다. 게다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집행부는 정치적 이념을 달리하는 3개 정파 연합집행부다. 누구는 통합진보당을, 누구는 진보신당을 지지한다며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정파별로 기자회견을 열어 서로 다른 지지정당을 발표하는 모습은 볼썽사나웠다.

울산 북구의 선거과정은 마치 꼬인 실타래를 보는 것처럼 답답하다. 지역을 좌지우지하는 거대 운동권의 오만함, 노동계의 복잡한 정파구도…. 진보진영의 고질적 문제가 집토끼마저 지키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왔다. 이게 어디 울산 북구만의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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