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플래시 요란하게 터졌고 선거, 잔치는 끝났다. 투표는 밥 먹여 준다고, 세상을 바꾼다고도 말하며 사람들 저마다 뜨거웠지만, 그 밤 쓰린 속엔 밥 대신 소주며 김빠진 맥주, 먹다 남은 미국산 와인이 출렁거렸다. 뒤바뀐 건 출구조사 예측결과였다. 독주를 막을 수 없었다. 독주를 들이켰다. 고배를 마신 누군가 그 밤 대한문 앞 천막 분향소를 찾아 서성였고 상주의 거친 손을 가만 잡았다. 상 위엔 빵과 바나나, 통닭 튀김까지 넘쳤으니 그건 슬픈 영혼의 잔칫상. 컴컴한 밤의 촛불잔치. '대한민국 1%'로 꼽힌 정당인이, 그 언제 대선후보였던 '거물' 정치인이 또 누군가 그 앞에서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스물 둘의 죽음, 설운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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