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노무사
(민주노총 법률원)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인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하던 노동자가 사실은 불법파견 노동자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지 어언 2년이 돼 가고 있다.

이 판결 이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소속 노동자들은 원청인 현대자동차에 직접고용할 것을 요구했다. 1천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인 현대자동차에 직접고용 됐다는 것을 확인받기 위한 소송에 들어갔다. 그리고 현대차처럼 제조업에서 사내하청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불법파견·위장도급을 하고 있던 사업장들에서 위와 비슷한 소송이 많이 제기됐다.

이렇게 2010년 이후 노동계의 소위 ‘핫이슈’가 된 불법파견에 대한 판결을 받은 당사자 A씨는 과연 현대차의 정규직 노동자가 됐을까.

2010년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에도 현대차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내용을 부정하며 고등법원에서 A씨와 현대자동차와의 고용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파기환송에 대한 고등법원의 판단에 대해 재상고를 하는 등 시간끌기를 했다.

현대차의 이러한 시간끌기가 재상고에 대한 2012년 대법원의 기각결정으로 끝난다고 생각했던 것 역시 착각이었다. 현대차는 2012년 대법원 판단이 나오자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A씨는 현대자동차의 정규직 노동자가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가 재처분을 하는 것을 막고, 다시금 A씨에 대한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노동위원회에서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신들이 불법을 행한 부분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커녕 불법파견으로 인정된 것을 부정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A씨가 현대차 소속 노동자임을 부정하면서 우리나라 사법제도를 십분(?) 활용해 지난한 법적다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과연 현대차가 글로벌기업인가’라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불법을 행한 부분에 대한 반성 없이 법적다툼을 할 수 있는 권한만을 악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대기업의 횡포를 느끼는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A씨는 해고된 후 2010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때까지 약 5년여의 시간을 힘들게 보냈다. 그리고 2012년 현재까지도 사용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현대차에 맞서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엄청난 변호사 비용을 들여 법적 다툼을 하면서 A씨가 지치기를, 노동계의 관심이 줄어들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좋은 법원의 판례가 나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좋은 판례를 유지·발전시키고 그 판례를 통해 더 많은 노동자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사후작업일 것이다. 이번 불법파견에 대한 판결 역시 우리의 관심이 사그라진다면 현대차만의 문제, 한 개인에 대한 판결로 축소될 수 있다. 현대차뿐 아니라 사내하청을 사용하는 모든 기업들은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불법을 자행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오히려 자신들은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기업들의 바람대로 불법파견 판결의 의미가 축소되면 안 된다. 한 사업장의 문제를 넘어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한 불법파견과 위장도급의 근로형태를 변화시키는 도화선이 되기 위해 좀 더 열심히 사후작업을 하는 것이 필요할 때다.

덧붙여 현재 A씨에 대한 진행상황을 공유하자면, 중앙노동위원회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재처분을 하기에 앞서 심문회의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심문회의를 통한 재처분 결정에 따라 A씨가 현대차에서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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