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에서 여성들의 약진이 눈부시다. 일부 대기업 신입사원에서 여성이차지하는 비율이 20%대에 육박하고 간부로의 승진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말SK그룹이 뽑은 신입사원 657명중 여사원은 147명으로 22.4%다. 손길승 SK회장은지난 1월 신입사원과의 대화에서 “여사원들이 기업내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여성상담소에서 상담하고 있는 여직원들.

삼성전자가 올해 1~3월 채용한 대졸 신입사원 2500명중 여성은 450명으로 18%다. 또 삼성전자의 최근 인사에서 대리급 여성 109명이 한꺼번에 과장으로 승진했다. 대한항공에서는 이택금 부장이 스튜어디스 출신으로 첫 여성 임원이 됐다. 전체직원 4만3000여명중 1만2500명이 여성인 삼성전자는 올 1월부터 전국 8개사업장에 여성상담소를 열고 고충상담, 여성인력 개발, 성희롱 예방 교육 등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으로 이들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여성의 능력에 대한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삼성전자 인력팀 심의경 차장은 “남녀간의실력에 차이는 없다. 개인차가 있을 뿐이다. 95년 채용때부터 인터넷으로만접수하면서 남녀구분란도 없앴고 사진도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삼성전자는면접에 여성 임원이 항상 참여하고 인사팀 여성 인력도 늘리고 있다. 심 차장은 또남성 응시자가 훨씬 많지만 성적순 10등 이내에 항상 여성이 3명은 될 정도로성적이 좋다며 “위에서도 그런 우수한 여성 인력을 개발하고 활용하기를원한다”고 설명했다. 김경철 SK텔레콤 인력개발팀 과장도 “아직 여성이 배치되면난색을 표하는 부서장들도 있긴 하지만 여직원들도 성적으로 겨뤄서 치열한 경쟁을뚫었으니 당연히 업무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성을 사무직 등 특정 부서에만 배치하는 `유리벽' 관행도 이들 대기업에서는조금씩 깨져가고 있다. SK텔레콤의 올해 신입사원 77명중 여성 11명은해외사업(2명) 정보기술(1명) 플랫폼 연구원(2명) 영업(3명) 수도권네트워크본부(2명) IT운영(1명) 등에 고루 배치됐다. 삼성전자에서 이번에 승진한여성과장들의 영역도 종합연구소 5명, 반도체 30명, 정보통신 26명, 디지털 미디어9명, 생활가전 8명, 국내 판매 6명, 본사 스태프 등 25명이다. 연구, 디자인,생산기술직과 반도체, 통신, 디지털가전 등 전 분야로 진출한 것이다. 삼성전자심의경 차장은 “여성이 못 갈 부서는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적어도 고급인력에 관한 한 여성들의 상황이 빠른 속도로 나아지고있지만, 여전히 출산·육아·가사를 여성의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장벽에서자유롭지 않았다. 이현주 삼성전자 여성상담소장은 “기혼 여직원들의 상담 내용은주로 가사나 육아에 관한 고충, 시댁과의 갈등이다. 남성 직원들이 그런 문제에대한 상담을 거의 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현재수원과 구미 사업장에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기흥에도 곧 문을 열 예정이지만서울 본사의 어린이집은 인원부족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현재 육아휴직중인여직원도 20명에 이른다. 김경철 SK텔레콤 인력개발팀 과장도 “회사가 성장기라서일이 많아 야근 등이 잦다 보니 가정과 양립하기 어려워 퇴사하는 여직원들도있다”며 “대졸 여직원은 대부분 7년차 이내 대리 정도로 아직 미혼이거나 아이가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회사가 지원하는 육아시설은 없다”고 밝혔다. `일하는엄마'의 장애물 경기는 이곳에서도 계속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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