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헬리콥터가 두두두 그 위를 지났다. 내내 고개 숙인 사람들 고개 들어 경계했다. 그것은 군용헬리콥터였으며 거기서 최루액 봉투 따위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사람들 찡그렸다. 그 옆으로 흰색 개 한 마리 공장 출입구 앞에 뻗어 봄볕에 꾸벅 졸다가 지나던 트럭에 놀라 자릴 피했다. 봄 샘 된바람에 거기 낡은 천막 몇 동이 뒤뚱거렸으며 노조 깃발이 파르르 떨었다. 머리칼 날리며 사람들, 전과 다름없이 정문 앞에 모였고 분향소를 차렸으며 절을 했다. 전과 달리 그것이 스물두 번째라고 까만색 현수막에 쓰였다. 전과 다름없이 발언하던 지부장이 울었고, 전과 달리 보라색 빨간색 어깨띠를 맨 정치인들이 찾아 함께 섰다. 다를 것도 없이 거기 철문이 굳게 닫혔고 선글라스 낀 경비원이 절도 있는 몸짓으로 경계했다. 구호라고 다를 바 없어 "해고는 살인"이라고 외쳤다. 달리 할 말도 없는 이들은 구석에서 담배를 연달아 피워 물었다. 전과 달리 이제는 익숙한 풍경. 하지만 전과 다름없는 살풍경. 22 다음은 23이라고 사람들 기어코 셈했다. 그건 막자고 다시 거기 공장 앞이며 서울 대한문 인근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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