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한국사회의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선거다. 연말에 치러질 대선의 전초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권 재창출이 될지, 정권교체가 될지는 총선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19대 국회가 어떤 모습이 될지도 관심사다. 진보진영의 약진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은 역사상 처음으로 원내 교섭단체 진출을 꿈꾸고 있다. 노동자 출신 후보들의 대거 국회진입을 볼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성과야 어떻든 노동자들에게는 선거가 잔치마당이 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총선 정책으로 떠올랐던 노동 관련 의제들은 좀처럼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 정국인데도 비정규직 노동자나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외침은 여전히 외롭다. 노동자들은 19대 국회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 박준형
공공운수노조·연맹
정책기획실장
"노동자들의 요구 실현은 시대적 요청"

지난 국회에서는 우리 사회의 모순이 겹겹이 폭발했지만, 제대로 해결한 문제가 별로 없다. 자본주의 세계경제와 신자유주의가 위기에 처했는데도 정부의 신자유주의 일방통행 정책을 비판할 수 있는 기능조차 마비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제는 국회가 나서서 △정리해고 규제와 비정규직 철폐 △공공서비스 강화와 공공기관의 민주적 운영 및 사회보장 확대 △비정규직·특수고용·공공부문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 등 거대한 사회운동으로 표출된 노동자 시민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실현할 때다.

선거를 맞은 정당들은 이러한 내용을 ‘정책협약’ 혹은 ‘공약’으로 노동자와 약속하기도 했다.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의 염원이 담긴 요구인 만큼 단지 선거용이 아니라 책임 있게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단지 선거 후의 문제만은 아니다.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이 순간에도 KTX 민영화 저지, 전북지역 버스노동자 파업은 물론 공공기관 노조 탄압 해고자,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를 포함한 국민체육공단비정규직, 국립오페라합창단 등 해고노동자들이 싸우고 있다. 여야 모두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문제다. 국회가 낮은 자세로 노동자들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


▲ 유주선
금융노조 부위원장
“금융공공성 회복 위해 총력 다해야 ”


지금 국민들은 4·11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싸움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무엇이 진실인지 누구를 믿고 지지해야 할지 판단하기조차 힘들다.

MB정부는 747공약(연 7% 성장·국민소득 4만달러·세계 7위 경제대국)을 내걸고 출범했다. 그러나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소득격차 확대·양질의 일자리 축소·재벌중심 경제체제 확대·노조법 개악 등이다. 4년 전 국민들에게 수많은 약속을 하고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현실 앞에 떳떳할 수 없다. 19대 국회는 국민이 다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와 경제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반노동자 정권과 정당은 자격이 없다.

특히 금융공공성 회복과 지속가능한 금융생태계 조성을 위해 금산분리 규제 강화·금융지주회사법 개정·무분별한 은행 대형화 정책 폐기 등을 실천할 수 있는 정당과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 이제 분명히 심판하고 바꿔야 한다. 이를 통해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노동에 희망을 주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 유명자
학습지노조
재능지부장
"서민 위한다면 특수고용 노동자 문제 해결해야"

19대 국회가 진정 서민과 노동자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그 속에서 해답을 찾아내려 한다면 특수고용 노동자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최저임금도,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해 비정규직 보다 못한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문제 해결의 방법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이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조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재능지부의 문제해결도 학습지교사가 노동기본권을 획득하는 데 있다. 현재 재능사측은 학습지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조를 구성할 수 없고, 따라서 재능지부와는 단체협약 체결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해고도 계약해지가 맞는 말이지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특수고용노동자가 ‘단체’나 ‘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특별법을 제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사측은 노조가 아니라는 이유로 역시 단협 체결 의무에 소홀하게 된다. 무엇보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이 같은 발상은 19대 국회에서 용납돼서는 안 된다.

덧붙여 19대 국회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는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도 개정해야 한다. ‘현대판 사병’으로 불리며 노사분규 현장이나 철거현장에 배치되는 사설경비용역업체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사설경비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 이미숙
엘카코리아노조
위원장
“근무시간 단축 위한 유통업특별법 필요”

유통매장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바라는 건 근무시간 단축이다. 특히 백화점의 경우 교대제가 아니라서 10시간 이상을 서서 근무한다. 백화점 안은 먼지가 많은데 환기도 잘 되지 않고 조명도 밝아 오래 일할수록 몸은 종합병원처럼 된다.

18대 국회에서 대형유통매장의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유통산업 근로자 보호와 대규모점포 등의 주변생활환경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특별법이 통과되면 대형유통매장은 공휴일과 일요일에 원칙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백화점마다 주 1회 정기적으로 휴점을 했다. 현재는 한 달에 한 번 휴점하거나 점장의 재량으로 휴점을 하지 않기도 한다. 특별법이 통과돼서 일주일에 하루쯤은 마음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 대형유통매장 노동자의 70%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서비스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노동조건 개선이 필요하다. 19대 국회는 노동자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 국회의원으로 구성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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