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주 진보신당 후보

“가끔 SNS나 포털사이트 언론기사의 댓글을 보는데요. ‘진보신당이 괜찮긴 한데, 너무 작아서…’라거나 ‘힘이 없어서…’라는 글이 많더라고요. 저도 그런 심리가 당연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이번 선거에서 찍어 주고 싶지만, 그랬다가 사표가 돼 버리거나 꼴 보기 싫은 어떤 정치인이 당선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여기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너무 작으니까 내가 한번 도와줘야겠다’, ‘힘이 없으니까 내 힘이라도 보태야겠다’고 말입니다.”

경남 거제시에 출마한 김한주(44·사진) 진보신당 후보의 말이다. 김 후보는 “희망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우리 모두가 희망을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5일 <매일노동뉴스>가 김 후보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 진보신당은 거제 선거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는데. 야권연대 바람이 느껴지나.

“박빙의 상황이다. 새누리당과 무소속 후보들과 경합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다들 이 지역에서는 내로라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거제에는 '이번엔 바꿔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한 정당이 너무 오래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그동안 뭔가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변화를 바라는 분위기가 나를 야권단일후보로 만들었고, 지금 그 힘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유세장에서 유권자들의 호응도 높고, 진보신당이나 우리 정책에 대한 관심도 많이 보여 주신다.”

- 김 후보는 삼성조선노동자협의회 고문변호사를 지냈다. 선거의 맞상대는 검사 출신 삼성중공업 고문변호사인 진성진 새누리당 후보다. 노동자와 자본가가 고문변호사를 통해 대결하는 형국인데.

“상황이 그렇게 되다 보니 많이들 흥미를 갖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진보신당 후보들이 출마한 모든 지역구와 진보신당 비례대표들이 공통적으로 당면한 상황이다. 진보신당의 모든 지역구 출마자들은 그곳에서 똑같이 자본과 권력의 이해를 위해 출마한 보수정당 후보들과 맞서 있다. 진보신당 비례대표들 역시 보수정당의 비례대표들과 맞붙고 있다. 거제의 상황은 이러한 구도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거제는 조선산업의 도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조선 강국’의 자리를 중국에 내줬다. 지난해에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는데.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나.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것은 사실이다. 2011년 2월까지 세계 조선 수주비율 통계를 보면 중국은 조선완공량 40.8%, 신규수주주문량 63.4%, 수주 주문량 41.9%를 차지했다. 엄청난 수치다. 그런데 기술집약적 부문에 있어서는 질적 비약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이 선적화물선을 제작하는데, 가격 경쟁력의 우위 외에 기술적 측면에서는 떨어진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올해 세계 선박발주량이 약 1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기술지향적인 선박산업으로 나가야 한다. 한국의 중소 조선사가 주로 벌크선이나 탱커 위주로 수주하고 있는데 이 분야가 바로 중국 조선업과 겹치는 부분이다. 반대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업체 3사의 총 수주의 절반 정도가 해양 플랜트 분야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거제에는 이 3사 중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있다. 예컨대 신재생에너지 공급 방식으로 주목되는 해상풍력발전 같은 경우 우리 조선산업에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

- 거제는 우리나라에서 유례없는 성비 불균형(거제 116.6, 전국 평균 98.7)을 나타내고 있다. 연령대에 있어서도 30대가 21%(서울 17.7%)로 젊은 남성 노동자들이 밀집해 있다. 이들 상당수가 조선업종 사내하청 노동자일 것으로 짐작된다. 불법파견 문제를 포함해 조선업종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면.

“거제 양대 조선사의 노동인력구조를 보면, 사내하청 비율이 6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거제 조선사들의 비정규직은 상대적으로 다른 비정규직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비정규 노동자가 갖고 있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을 단위사업장 차원에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다 근원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2006년 노무현 정부의 로드맵에 따라 비정규직 관련 법률들이 정비됐는데, 그 이후 비정규직 규모는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늘었다. 반면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개선되지 않았다. 그건 당시 법·제도 정비의 중점이 사후 약방문 수준이었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구조, 예컨대 특수고용 노동자나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법·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파견법을 폐지하고,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을 법제화하고, 간접고용 남용을 규제해야 한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되도록 제도화하고, 공공기관에서는 총액인건비제를 폐지하는 동시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법제화하는 것과 차별시정 제도가 실질적으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 2003년 9월 불어닥친 태풍 ‘매미’로 정전사건이 발생하자 거제시민 7천명을 대리해 무료 변론을 맡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소송과 이유를 소개한다면.

“국선변호인 시절에 만난 할머니 살인범이 생각난다. 당시 79세였던 분인데, 그분의 아들과 며느리가 중증 장애인이었다. 장애인 부부는 어려운 집안형편 때문에 항상 바다와 논밭에서 고된 일을 했다. 그러다 이 장애인 부부가 뒤늦게 아들을 얻었다. 할머니에겐 손자다. 그런데 그 손자마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할머니는 일 나간 아들과 며느리를 대신해 몇 년간 거의 움직이지도 못하는 손자를 돌보면서 이게 다 자신의 죄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 내외가 일을 하러 나간 사이에 할머니는 손자와 함께 음독자살을 시도했다. 손자는 죽고 할머니만 살아남았다. 그리고 살인범으로 기소됐다. 가난과 장애, 사회적 보장의 부재…. 이런 것들이 엉켜서 어린 생명을 죽음에 이르게 했고, 할머니를 살인자로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많이 아리다.”

- 지난해 9월 진보신당 당대회 결정에 불복하고 당 지도부들이 탈당할 때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나 옛 민주노동당 쪽으로부터 영입제안이 있었다고 들었다. 이를 거부하고 진보신당에 남은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많은 이유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길이 여러 개 있다고 하지만, 그 길이 제각각 방향이 다르다면 내가 가야 할 길은 정해져 있다. 정치적 지향의 차이가 뭐 그리 대단하기에 버티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작은 차이가 가치와 전망의 차이를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한다면, 그 크기가 아무리 작더라도 하찮게 여기기는커녕 신주단지 모시듯 해야 한다. 진보신당이 갖고 있는 가치와 전망이라는 것이 모두 만족스러울 수는 없고 완벽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 안에 바로 소중히 간직해야 할, 다른 정치세력과는 다른 무엇이 있다고 생각한다.”

-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고향인 거제에 돌아와 거제신문 창간기자로 일한 경험이 있다. 최근 언론사들의 파업을 어떻게 보고 있나.


“가슴이 아프다. 지금 언론인들이 거리로 쫓겨나는 이 현상이, 가장 상식적인 것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우리 시대를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언론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행태, 낙하산 사장들의 파행으로 난장판이 돼 버린 KBS·MBC·YTN. 이 모든 것이 정치권력의 잘못된 선택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 주는 사례다. 정치권력뿐만이 아니다. 자본권력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일보 파업을 보면 알 수 있다. 또 사주의 입장에 따라 천편일률적인 기사를 찍어 내는 보수일간지들의 행태 역시 자본권력의 위험성을 드러낸다.

언론이 공공성이라는 본연의 가치를 잃어버리는 순간 기자들은 제자리를 잃게 되고, 사람들은 언론을 불신하게 되고, 결국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정보와 기준이 사라진다. 그러면 상식이 무너지고 사회가 어지러워진다. 언론의 역할이라는 것이 이토록 중요하다.”

- 노동자와 함께하는 길을 걸어왔는데. 국회에 가면 어떤 정치를 펼칠 생각인가.

“법률 전문가이자 입법부의 한 사람으로서 비정규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입법을 하는 것이 4년간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약의 1순위가 바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다. 그런데 이건 단지 하나의 사회적 병폐를 치유하는 의미만을 둔 것은 아니다. 정치인이 지금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나은 가치를 제시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가치와 전망을 권력의 원천인 국민들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 반MB 또는 탈MB가 2012년 총선의 패러다임처럼 보이지만 이런 작위적인 프레임을 벗어나 정말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죽을 둥 살 둥 하면서 서로 경쟁하고 다투면서 살아야 하는가. 정말 개발과 성장만이 우리의 살 길인가. 매일매일이 말 그대로 전쟁인 지금과 같은 생활이 과연 정상적인가. 이런 질문들을 던지고 '이게 사는 건가?'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현실을 바꿔서 '이게 사는 거다!'라고 할 수 있는 미래의 한 형태를 제시하는 것. 이것이 진보신당이나 내가 해야 할 정치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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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주 진보신당 후보는

거제 덕포 출생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제42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32기)
전 대우조선노조 자문변호사
삼성조선노동자협의회 자문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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