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5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쌍용자동차 해고자의 잇따른 죽음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 한 조합원이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섰다. 정기훈 기자

"산다는 게 죽기보다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솔직히 시간이 지날수록 무기력해져요. 사회적 학살을 멈출 수 있는 사회적 힘이 필요합니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쌍용차 고 이아무개 조합원 자살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의 목소리는 중간중간 끊겼다. 그는 "제발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2009년 정리해고로 빚어진 쌍용차 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 김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한 이씨는 정리해고자 가운데 첫 자살자다. 고등학교 때 부모를 모두 잃은 그는 고교를 졸업하던 95년 쌍용차 평택공장에 입사해 15년간 근무하다 정리해고됐다. 해고 후 3년간 취직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쌍용차 파업 참가자라는 낙인 때문에 어디에서도 일자리를 얻을 수가 없었다.

2009년 정리해고 명단에 올라 그의 죽음을 대하는 해고자들의 감정이 어느 때보다 겪해져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지부장이 "사는 게 죽기보다 힘들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해고자들은 이씨가 자살을 선택한 것은 가족이 없는 혈혈단신이었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리해고가 사람 목숨을 참혹히 도려내고 있다"며 "관계의 단절과 고립이 생목숨을 앗아 가고 또 다른 희생자와 연결되는 역설적인 현실 앞에서 치가 떨린다"며 "쌍용차 노동자들의 죽음을 실질적으로 막기 위해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분향소 설치마저 경찰력으로 가로막았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외국인이 자주 다니는 인도"라며 "분향소 설치는 불법"이라고 잘라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