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딱 1주일 남았다. 4월11일은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일이다. 여론은 여야의 막상막하 대결을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백중세를 가름할 가장 큰 요소가 투표율이라는 데 대부분의 언론이 의견을 같이하는 듯하다. 오늘의 피폐한 노동환경을 감안한다면 노동자들의 투표율은 더욱 중요하다. 노동자들의 삶은 노동자 스스로 결정한다는 단순하고도 당연한 논리도 있다. 이하는 노동자들의 투표율 제고에 관한 생각이다.

우선 4·11 총선은 공식적인 법정휴일은 아니다. 당연히 휴일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이는 오해다. 대부분 사업장에서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노동자에게는 근로기준법상 주휴일과 근로자의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5·1절이 법률상 보장되는 유일한 휴일인 것이다.

선거권 보장환경이 이러하기 때문에 다수 노동자의 선거권이 제한받을 우려가 크다. 선거일에 투표시간을 할애하지 않거나 아예 장기간 출장을 보내는 사용자가 있다. 설마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 상황은 이미 경험했다. 지난해 서울시 무상급식찬반 투표와 관련해 반대의견을 가진 모 회사 대표는 아예 직원들에게 노골적으로 투표독려를 한 사실이 있지 않는가. 선거결과를 왜곡한다는 측면에서 양자는 모두 금지돼야 한다.

초박빙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선거에서 노동자들의 선거권 보장이 더욱 강조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동자의 공민권을 보장하지 않은 사업장이 단 한 곳이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한 표짜리 송사(訟事)가 나오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하겠는가.

선거관리 주무부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선거권 보장에 관해서는 고용노동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잘 알려져 있듯이 근로기준법(제10조)은 노동자의 공민권 행사를 보장하고 있다. 사용자는 노동자가 근로시간 중에 선거권, 그 밖의 공민권(公民權) 행사 또는 공(公)의 직무를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면 거부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지금까지 노동자의 공민권을 보장하지 않은 이유로 처벌된 사용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법을 위반한 사용자가 없어서가 아닐 것이다. 노동부가 적극적으로 감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직무유기가 아니겠는가.

참고로 양대 노총은 4·11 총선에서 사용자의 의도적인 선거참여 제한을 감시하겠다고 나섰다. 노동부와 함께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차제에 노동자의 공민권을 더욱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영세사업장 소속이나 현행법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해서다. 이들의 문제는 사용자의 의도적인 공민권 제한이나 개인 스스로의 불참이 아니다. 대부분 경제적 이유가 아니겠는가. 선거불참의 책임을 묻기에는 이들이 처한 경제환경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들의 공민권은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영업상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혜택을 주는 것은 어떨까.

최대한 다수가 투표하는 것은 이른바 의회권력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고히 하는 필요전제다.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없겠지만 특히나 이번 총선은 노동자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 이른바 사회적 양극화와 노동 차별을 해소할 적임자를 찾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국회 구성에 따라 노동법 개정 여부와 방향이 결정된다. 드러난 공약으로는 야당이 다수 의석을 얻게 되면 노동차별을 철폐하고 노동3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기대된다. 현재 집권여당은 적어도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해서는 현행 제도가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생각건대 지난 4년간의 경험은 아프지만 소중하다. 오늘의 불안정한 노동환경은 다수의 노동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지 못한 자들에게 노동법을 맡겨 둔 결과가 아니겠는가. 개악된 노동법의 민주적 정당성을 인정하는 노동자는 거의 없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모든 노동자의 선거권에 대한 완전한 보장만이 답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94kim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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