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정기훈 기자

정진후(55·사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4번) 후보는 지난 2월 말 당의 첫 개방형 비례대표 후보로 확정됐다. 일찌감치 당선 안정권에 들었지만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민주노총 김아무개씨 성폭행 사건이 처리될 당시 피해자가 소속된 전교조 위원장이었는데, 피해자와 지지모임이 그의 출마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인근 카페에서 정 후보를 만났다.

-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의 최대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특권층을 위한 교육, 경쟁지상주의 교육을 어떤 형태로든 깨지 않으면 안 된다.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2010년 교육감 선거를 통해 심판했다면, 이번에는 직접 총선 후보로 나서 경쟁교육을 심판하겠다. 이 정부 들어 교사와 공무원은 너무 힘들었다. 공무원노조는 아직도 설립신고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교조 또한 규약 시정명령으로 와해시키려 했다. 교사·공무원노조 탄압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필요하다."

- 정 후보는 교사를 하면서 세 번의 해직을 겪었다. 어떤 사유였나.

"사학을 다닐 때였는데, 징계 문제로 농성 중인 선생님에게 담배와 음료수를 사다 드린 것이 문제가 돼서 학교에서 나가 달라고 했다. 당시 채용 기부금 양심선언이 터져나왔다. 동료 선생님들과 사학 민주화 운동을 같이 연구했다. 학교를 그만두고 잡지사에 글을 기고하면서 먹고살았는데 학교 선생님들이 다시 찾아오셨다. 단결된 힘으로 구조적 모순을 깨뜨려 나가자고 설득하셨다. 다시 공개채용으로 학교로 돌아갔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은 교원노조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89년 6월 우리 학교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분회를 결성했다. 분회 결성 후 6개월 만에 다시 해고됐다."

김영삼 정부 들어 전교조는 중대한 결정을 했다. 선생님들이 지켜야 할 자리는 현장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당시 정 후보는 해직 직전 막내가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고를 당했다. 연로한 부모님을 책임지기 위해 복직이 시급했다. 하지만 조직에는 누군가 남아 있어야 했다. 그렇게 전교조 간부를 맡으며 10년의 해직기간을 보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정 후보는 해직 10년 만인 99년 공립학교로 신규채용됐다. 하지만 10개월 후 다시 전임으로 나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2000년 노조 사무처장을 맡았다. 정 후보는 교육과학기술부와의 첫 단체교섭 실무교섭 대표를 맡았다. 당시 교과부와 출산휴가 연장(60일에서 90일)과 공무원 자녀 대학학자금 50% 지원에 합의했지만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에 책임을 촉구하는 집회와 시위를 벌이다 실형을 선고받았다. 2003년 자동면직됐는데, 세번째 해직이었다.

- 교사 출신 비례대표 후보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약은.


"신자유주의 교육체제를 넘어선 교육 공공성 강화다. 입시주의 교육을 폐지하고 경쟁을 유발하는 일제고사 폐지도 포함된다. 인간에게 필요한 행복의 조건 세 가지는 건강과 교육·노동이다. 아이들에게 무상·직영·친환경급식 혜택을 주고 단계적으로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으로 가야 한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나가야 할 교육의 방향은 경쟁이 아니라 협동·돌봄이다."

- 2010년 교사와 공무원 1천900여명이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현재까지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데,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은 어디까지 허용돼야 한다고 보나.


"전 필란드 교육청장관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대담을 한 적이 있다. 핀란드 학생들은 15세만 되면 정당에 가입한다고 한다. 그동안 교사·공무원들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미명하에 어떤 의사표현도 못했다.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자본주의 나라라고 하면서 노동해서 번 돈으로 정당에 5천원, 1만원씩 돕는 것도 범죄시했다. 용산참사·쌍용차·PD수첩에 대해 교사들이 이야기한 것들을 정치활동으로 몰아가면서 압수수색을 하고 계좌를 추적했다. 마지막에 건져낸 것이 정치후원금이다. 사실상 전교조를 죽이기 위한 결정판으로 삼았다. 국회에 들어간다면 가장 먼저 발의하는 법률이 교사·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는 법률이 되기를 희망한다."

정 후보는 "전체 국민의 기본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선거권을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것을 꼽았다. 정 후보는 "학교와 사회 사이에 높은 장벽을 쌓아 놓고 사회문제에는 간섭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된다고 강요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사회문제를 사고하고 투표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150여개 국가가 18세부터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교사·공무원의 문제가 아니라 참정권 확대를 통해 책상에서도 정치를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 후보는 "선거가 끝나면 참정권 확대를 위한 운동본부를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지지모임은 정 후보의 비례후보 출마를 반대하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 선생님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전교조에는 양성평등에 대한 개념이 일찍 도입됐다. 나름대로 성폭력 예방 및 처벌규정이라고 하는 별도규정까지 만들었다. 노조에서 위원장이 상당한 역할과 권한을 갖는다고 하지만 처벌규정에 명시된 위원회가 두 개 있다. 성폭력징계위원회와 성폭력징계재심위원회다. 두 위원회는 우리 사회 특별법원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 누구도 위원회 활동에 간섭하거나 관여할 수가 없다. 심지어 위원장도 자체 호선을 한다. 징계위·재심위와 대의원대회에서 해당 문제(성폭력 사건)를 논의했다. 그것이 한계다. 형식적인 절차에 위원장이 개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형식적인 절차를 다 거쳤지만 피해자의 아픔이 치유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 사건이 처리됐던 시기에 위원장을 맡았다. 위원장으로서 형식적 절차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피해자가 여전히 아파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가 어떻다고 입을 여는 것이야말로 피해자를 더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두렵다. 심증적인 판단을 가지고 팩트 없이 욕을 먹기도 하지만 운명이라고 여긴다. 개인에 대한 심증적인 평가로서의 비판은 달게 받겠다. 하지만 2차 가해자라는 의미에 대해 우리는 인식하지만 나의 노모와 자식들은 전혀 다른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은 나를 성폭력을 저지른 사람으로 오해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그런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전교조는 2009년 6월 성폭행 사고와 관련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은 소속 간부 3명('2차 가해자'로 불림)에 대해 징계위에서 제명을 결정했다가 재심위에서 경고로 경감했다.


- 성폭력 사건 당시 전교조가 취한 조치(재심위에서 간부 3명에 대한 징계 경감 등)가 적절했다고 보나.

"대의원대회에서도 그렇고, 피해자분을 만나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1차 징계위 결과와 2차 재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물으면 이야기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 규약과 규정에 따라 구성된 위원회에서 자체적 논의와 판단을 통해 내린 결론이기 때문이다. 위원장이 옳다거나 옳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형식적으로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상처를 받은 분과 (징계받은 간부가) 진정성 있게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면서 풀어야 할 문제다. 피해자와 징계를 받았던 분들과 함께 서로 이야기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풀었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피해자에게 죄송하다. 결과적으로는 형식상으로만 정리하는 형태가 된 것이다. "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통합진보당의 진정성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비례후보만 봐도 농민·기업인·교사·간호사·노동자·해직판사·청년 등 전문성 있는 단위들이 알차게 들어가 있다. 누가 마지막까지 99%와 함께할 수 있을까. 우리 노동자들이 누구와 함께하는 것이 노동의 가치를 지킬 수 있을까. 통합진보당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그 힘으로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다. 노동자가 단결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지역에서는 야권단일후보를, 비례는 통합진보당을 선택해 달라. 소임이 끝나면 처음 자리로 돌아가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 유일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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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후 통합진보당 후보는

14대 전교조 위원장
수원제일중 교사
사학법개정운동 공동대표
경기남부연합 공동의장
전교조 결성, 안양예고 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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