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노조 KBS본부가 지난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노조 사무실에서 'KBS 사찰 폭로ㆍ김인규 퇴진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김현석 본부장은 복수노조인 KBS노조에 파업 동참을 호소했다. 조현미 기자
낙하산 퇴진 요구로 시작된 언론노동자들의 파업이 이명박 대통령 하야 요구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파업 중인 KBS 기자들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을 특종 보도한 것이 불을 끼얹었다.

언론노조(위원장 이강택)는 1일 "청와대가 정치인·언론인·경제인 등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들에 대한 불법사찰을 지시하고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방송사 인사에 깊이 개입했음이 폭로됐다"며 "검찰을 동원해 초대형 불법을 축소·은폐한 MB의 하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2일 오전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불법사찰·언론장악 MB규탄 및 하야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이에 앞서 파업 중인 노조 KBS본부는 지난달 30일 'Reset KBS뉴스9'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작성한 청와대 하명사건 처리부와 사찰 결과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 중 2009년 9월 공직윤리지원관리실 1팀이 작성한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문건에는 당시 배석규 YTN 신임 대표이사(사장직무대행)가 취임 1개월 만에 보도국장 직선제 폐지·보도국장 교체·돌발영상 담당 PD 교체 등을 단행한 것에 대해 "개혁조치"라고 평가했다.

배 사장에 대해서는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의 개혁에 몸을 바칠 각오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달았고, "직무대행 체제를 종식시키고 사장으로 임명해 힘을 실어 줄 평가가 있다"고 구체적인 조치까지 건의하기도 했다. 2009년 8월 작성된 1팀의 '사건 진행 상황' 엑셀 파일에는 'KBS·YTN·MBC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라는 사건이 진행 중이며 비고란에는 'BH 하명'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청와대가 방송사 임원진 교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자료다.

공교롭게도 해당 방송 3사 노동자들은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공동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YTN지부는 2일 오전 국무총리실을 항의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청와대는 "최근 폭로된 사찰 보고서 2천600여개 중 80% 이상이 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본부 관계자는 "양적으로는 청와대가 파악한 것이 맞을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공직자 감찰의 목적으로 세워진 조직에서 본래의 뜻을 벗어나 민간인까지 불법사찰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8년 이전에 작성된 보고서에도 최근 공개된 사례처럼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 아니면 공직자에 대한 감찰내용만 있는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100% 의혹 해명에 도움이 된다면 전체 문건을 공개할 용의도 있다"며 "본부 차원에서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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