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산업개발노조 조합원들이 매각 중단을 촉구하며 서울 서소문 본사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한전산업개발노조

전기검침과 청구서 송달을 주요 업무로 하는 한전산업개발(주)의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한전산업개발의 최대 주주인 한국자유총연맹은 오는 7월까지 매각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한전산업개발노조(위원장 신민식)는 “자유총연맹은 무분별한 자회사 투자 손실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먹튀’ 매각을 중단해야 한다”며 집중투쟁에 돌입했다.

26일 노동계에 따르면 당초 한국전력이 100% 출자한 자회사였던 한전산업개발은 지난 2003년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매각이 추진됐다. 이때 자유총연맹이 경영권(주식 51%)을 인수하면서 사실상 민영화됐다.

90년 창사 이래 한전산업개발은 매년 흑자를 기록했다. 주요 업무인 전기계기 검침과 청구서 송달, 발전설비 운전과 정비 등은 전기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한 반드시 필요한 업무이기 때문이다. 한전산업개발은 당시 양대 주주였던 자유총연맹과 한전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신민식 위원장은 “매년 고액배당이 이어졌고, 서울 흥인동 본사건물 매각 차익과 지난 2010년 코스피 상장을 통한 상장 차익 등 9년간 총 972억원에 달하는 돈이 자유총연맹의 몫으로 빠져나갔다”며 “자유총연맹이 한전산업개발을 인수할 당시 투자한 원금 707억원을 웃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주주들이 배를 불리는 동안에도 노동자들의 살림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 회사의 임금은 7% 오르는 데 그쳤다.

자유총연맹은 왜 높은 수익이 보장된 한전산업개발을 매물로 내놓은 것일까. 노조는 "자회사 투자 손실이 늘고 주주 배당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한전산업개발은 자회사를 세우고 석산개발 사업에 나섰다가 15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이와 함께 최근 법원이 “한전과 위탁계약을 맺고 한전산업개발에서 근무한 위탁 검침원에게도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함에 따라 한전산업개발이 최대 50억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할 처지다. 게다가 2010년 코스피 상장으로 기존 양대 주주인 자유총연맹과 한전의 지분이 줄고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등으로 주주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자유총연맹 몫의 배당률이 줄었다. 자유총연맹이 ‘먹튀 매각’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연합노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자유총연맹이 한전산업개발을 매각하고 무책임하게 떠나려는 것에 우려와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2003년 인수 당시 한전산업개발 전체 직원의 고용과 정년을 보장하겠다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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