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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공무원 노동자] “우리는 공연예술을 만드는 국가대표 선수입니다”
연윤정  |  yjyo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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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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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극장 하우스매니저 김명수씨가 극장을 찾은 휠체어 탄 관객에게 자리 안내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photo@

하우스매니저(House Manager)를 아십니까?

하우스매니저는 극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객이 편안히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말하자면 무대 뒤엔 무대감독이, 무대 밖에선 하우스매니저가 성공적인 공연을 위해 각각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최근엔 뮤지컬·연극 등 공연예술을 올리는 극장에 하우스매니저를 두는 추세라고 한다. 전국에 100여명 정도로 추정된다.

국립기관인 국립극장엔 하우스매니저를 비롯해 무대스태프·무대감독, 의상·소품·작화 제작자 모두 공무원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남산 중턱에 위치한 국립극장을 찾아 무대 뒤에서 공연예술을 완성하기 위해 땀 흘리는 공무원들을 만났다.

“국립극장 별정직 공무원 하우스매니저”

“87년 국립극장에 들어왔어요. 그때 하던 일도 지금과 비슷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총무부 소속이었죠. 전문화된 업무가 아니었어요. 93년 외국서적을 보다가 전문적인 관객서비스를 하는 하우스매니저를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기관장에게 요청했어요. 국립극장에도 하우스매니저가 필요하다고요.”

김명수(53)씨는 이렇게 국립극장 하우스매니저가 됐다. 국내 하우스매니저 1세대가 탄생한 것이다. 김씨는 국립극장의 별정직 공무원이다.

“따라오시죠. 오늘 공연은 오후 3시 달오름극장에서 있어요. 다른 기관에서 주최하는 대관공연입니다. 하우스매니저와 안내직원들은 공연 1시간 전부터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죠. 새로 시작하는 공연이면 그 전부터 직원교육을 철저하게 합니다.”

국립극장은 요새 잠시 휴지기를 맞고 있다. 국립극장 내 4개의 공연장 중 가장 큰 해오름극장(1천563석)이 리모델링 공사 중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달오름극장(427석)·별오름극장(80~100석)·하늘극장(600석)에서는 꾸준히 공연이 열린다.

이날 달오름극장에서는 YMCA가 주최하는 월남 이상재 선생 85주기를 기념한 연극공연이 막을 올렸다. 공연시작 30분 전이 되자 문이 열렸다. 공연장 밖 로비에는 관객들이 북적였다. 검은색 정장을 한 안내직원들이 이들을 맞았다.

관객서비스를 위한 무대 밖의 지휘자

“무대는 똑같지만 우리에겐 매일 새로운 공연입니다. 관객이 매번 바뀌기 때문이죠.”

관객의 요구는 매일 다르다. 사건도 매일 새롭게 펼쳐진다. 자리 찾는 손님을 안내하고, 다른 관객을 방해하는 관객을 설득하고, 장애우·노약자를 안전하게 모신다. 귀빈이 찾아오면 동선을 미리 짜서 관객과의 접촉을 조율한다. 가끔은 관객이 쓰러지는 경우가 발생한단. 119를 불러 손님을 병원까지 보내는 일도 김명수 매니저의 몫이다. 하루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매니저님. 내일 촬영팀이 카메라 놓을 자리를 요청하는데요.”

갑자기 정장을 한 여성이 다가와 김명수 매니저에게 뭔가를 상의한다. 정연정(27) 안내실장이다. 관객석 맨 뒤쪽에는 장애인석(5석)이 따로 마련돼 있다고 한다.

“장애인석에 카메라를 두는 것은 안 된다고 하세요. 그 옆 자리에 두는 방법을 찾으라고요.” “예, 알겠습니다.” 그는 단호했다. 장애인석은 함부로 써선 안 된다고….

그때였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관객 한 명이 공연장 밖 로비로 들어왔다. 김 매니저는 누구보다 빨랐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그는 장애인 관객을 안내하면서 “방석 하나 드릴까요?”, “객석에 앉으셔도 됩니다”, “가운데서 보시겠습니까?” 등 다양한 안내를 곁들였다.

“공연 시작합니다. 어서 입장하세요.” 어느새 오후 3시가 됐다. 공연장 문이 닫혔다.


   
▲ 공연장 입구에 나와 늦게 도착한 관객들을 파악하고 무전을 보냈다. 공연을 언제 시작해도 좋을 지를 결정하는 것도 하우스매니저 몫이다.

공연 끝날 때까지 팽팽한 긴장감

3분이 지났을까. 한 무리의 관객들이 헐레벌떡 달려 들어왔다. “늦었어요. 어떻게 하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잠시 뒤 들어가실 수 있도록 안내해 드릴게요.”

공연장 출입문에서 안내하는 국립극장 직원이 그들을 안심시켰다. 김 매니저는 “추가 입장을 위해 공연장 안 상황을 주시해서 본다”며 “상대적으로 관객 방해를 덜 수 있도록, 음악이 크게 나올 때나 조명이 밝게 비출 때 추가 입장을 시킨다”고 말했다. 공연장 출입문 입구에는 공연장을 들여다볼 수 있는 모니터가 부착돼 있었다.

추가 입장은 공연 시작 뒤 30분까지 이어졌다. 중간에 한 관객이 “화장실이 급하다”며 공연장 밖으로 뛰쳐나오기도 했다. 안내직원 박진주(23)씨는 “이런 경우엔 안과 밖에 각각 배치돼 있는 안내직원들 간 무전기로 수신을 한다”며 “관객에 방해되지 않도록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국립극장은 아르바이트생 50여명으로 안내직원 풀(pool)을 구성해 놓고 있다. 공연이 있을 때마다 가능한 이들을 불러 일을 맡긴다. 정연정 안내실장도 이런 과정을 거쳐 국립극장 직원이 됐다.

“2005년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이 일의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2007년부터 계약직으로 일을 했고, 지금은 무기계약직입니다. 앞으로 김 매니저님처럼 되고 싶어요.”

“국립극장 민영화되면 순수문화예술 위축”

공연이 끝났지만 하우스매니저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관객들이 안전하게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다음 무대를 위해 공연장 안팎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분실물이 나오면 관객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우스매니저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리고 또 다음 공연을 위해 준비한다. 이날 공연은 오후 3시와 7시30분에 두 번 있다.

이번 공연의 무대감독을 맡은 양정원(29)씨는 “하우스매니저는 관객 상황을 체크하고 무대와 관객에게 지장이 없도록 하는 연결고리를 한다”며 “공연장 객석과 무대 사이에서 업무협조를 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감독 역시 공무원이다.

하우스매니저가 모든 일을 정리하고 퇴근하는 시간은 오후 10시에서 11시 사이다. 공연은 휴일이 따로 없다. 명절에도 고향을 찾지 못한 지 오래다. 그를 지탱하는 건 국립극장 공무원 하우스매니저로서의 자부심이다.

“공연장 불이 밝혀져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국립극장에서 순수예술을 위해 일조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만약 국립극장이 민영화된다면 순수예술이 위축되고 소규모 공연이 올라갈 공간이 그만큼 협소해지겠죠.”

무대 뒤에서 땀 흘리는 공무원 노동자들

국립극장에는 하우스매니저 외에도 수많은 공무원들이 무대 뒤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대공연장 해오름극장 뒤편이 이들의 제작무대다. 김경수(48) 국립극장 의상실장은 국립극장 전속단체 무대의상을 담당한다. 국립극장에는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 등 3개의 전속단체가 있다.

“한 30년 일했죠. 무대작품을 위해 한 달간 준비합니다. 무대에서 제가 만든 의상을 입고 공연하는 것을 보면 정말 뿌듯하죠.”

공연을 보면 뒷배경을 비롯해 여러 그림을 볼 수 있다. 작화실의 작품이다. 제작실 2층은 아예 작화실로 꾸며져 있다. 작화실에서 5년간 근무한 김유리(34)씨는 “친구들은 공무원들이 무대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아주 생소하게 본다”며 “그래도 보람 있다”고 생긋 웃었다.


   
▲ 작화실 이성현 실장과 김유리씨가 작업에 쓰는 붓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공연에 쓰이는 각종 그림을 제작하는 곳이다. 작화실을 직접 운영하는 곳은 국립극장이 유일하다.

장신구도 빼놓을 수 없다.

“방금 무용단이 공연연습을 하고 나서인지 장신구들이 축축하네요. 작품 완성도를 위해 대본을 읽고 연습에도 참여해 봅니다. 그리곤 장신구를 제작하죠.”

엄인섭(55) 장신구실장은 국립극장에서 일한 지 올해로 만 30년이 됐다. 엄 실장은 국립극장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을 일컬어 “국가대표 선수”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를 통틀어 국립기관에서 장신구·소품 등 무대제작을 하는 곳은 국립극장밖에 없다”며 “외국에서 손님이 오면 국립극단 예술단이 이들을 맞는데 단 몇 분 만에 훌륭한 외교를 하는 것인 만큼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대 뒤에는 소품·영사·공연기획·음향·조명 등 보이지 않는 곳에 수많은 공무원들이 존재한다. 순수 공연예술의 발전을 위해 국립극장에서 무대를 제작하고 무대를 감독하고 객석과 무대를 이어 주는 이들 모두가 공무원 노동자다.


   
▲ 장신구실 엄인섭 실장이 대수머리를 살펴보고 있다.

[상자기사] 책임운영기관 국립극장의 운명은?

국립극장은 책임운영기관이다. 99년 도입된 책임운영기관 제도는 “일반 행정기관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자 정부가 운영하는 사무 중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쟁원리에 따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무에 대해 기관장에게 행정 및 재정상 자율성을 부여하고 운영성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로 요약된다. 국립극장은 2000년부터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됐다.

그런데 책임운영기관에는 위험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법인화 또는 민영화로의 전환을 위한 과도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극장에는 7개의 전속극단이 있었는데, 책임운영기관 전환 이후 국립오페라단·국립발레단·국립합창단·국립극단이 법인화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국립극장 자체가 법인화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가 KTV·국립현대미술관·국립극장 법인화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노조가 반대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심우용(41) 행정부공무원노조 국립극장지회 지회장은 “현재는 법인화 논란이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태이지만 다음 타깃은 국립극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유일 종합문화예술기관인 국립극장은 그 자체로 존재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심 지회장은 이어 “대외적 문화교류에 있어 국립기관이 우선이 돼야 한다”며 “전통예술이란 보이지 않는 외교에 국립기관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조합원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성현(54) 작화실장은 “공연제작 시스템을 갖춘 곳은 국립극장 한 곳뿐”이라며 “사기업과는 달리 우리는 이익을 배제하고 공공성의 목적만을 위해 문화발전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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