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정기훈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후 서울시가 달라졌다. 전 분야에 걸쳐 이뤄지고 있는 변화이지만 비정규직 2천800여명의 정규직 전환 발표 등 노동 분야 변화도 특기할 만하다. 그 한가운데 주진우(47·사진) 서울시 노동보좌관이 있다. 서울시가 노동담당자를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3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에서 주 보좌관을 만나 변화를 모색하는 서울시 노동행정을 살펴봤다. 그는 91년 전노협을 시작으로 2006년까지 민주노총 조사통계국장·정책국장·미조직비정규사업실장을 거친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노동계에 꽉 막혔던 대화창구 물꼬”

- 박 시장이 노동보좌관을 둔 이유는.
"기존에는 서울시에 노동행정이란 게 거의 없었다. 노동정책은 물론 시와 산하기관서 발생하는 노사관계도 챙기지 못했다. 박 시장이 들어서면서 노동행정을 챙길 업무영역이나 사람이 필요해졌고 그 결과 일종의 비서진을 만든 것이다."

주 보좌관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캠프에서 노동정책 개발을 담당했다. 이후 박 시장의 요청에 따라 같은해 12월6일 서울시 노동보좌관으로 임명됐다.

- 임명된 지 3개월이 지났다. 그간 어떤 일을 했나.
“와서 일을 해 보니 그간 서울시 행정에서 노동문제는 '숨통이 꽉 막혔구나' 절감했다. 지금은 서울시와 노동계 간 소통창구가 생긴 셈이다. 물꼬가 트이니 노동계의 요구가 밀려왔다. 이들의 요구를 파악해 내부에 전달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거나 혹은 다른 방식으로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대화창구 역할을 한 것 같다.”

정신 없는 3개월이 흐른 지금 주 보좌관은 “새로운 과제가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노조의 요구는 단순한 민원이 아니다”며 “초기에는 제가 민원창구가 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궁극적으로 노동 거버넌스(협치)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노동복지센터 위탁기준 1순위는 노조”

주 보좌관과 서울시가 구상하는 것이 노사민정협의회 활성화다. 박 시장의 대표적 노동공약 중 하나다.

“집단적 시스템의 힘으로 서울시 노동행정을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시와 노조, 사용자, 공익이 서울시 거버넌스 협의체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서울시 노동행정의 항상적 체계를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각 단위와) 두루두루 얘기 중이다.”

오세훈 전 시장 시절에도 노사민정협의체는 있었지만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참여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산하에 공기업 노사와 공익으로 이뤄진 서울특별시노사정서울모델협의회(서울모델)를 두고 있다.

“서울모델의 경우는 시 공기업에 대해 시가 직·간접적 사용자로서 관계를 해 왔던 것이다. 노사민정협의회는 민간기업에 이르기까지 시 전반의 노사관계를 다룰 수 있는 실질화된 구조로 보면 된다. 노조의 주체적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 말이다.”

-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노정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약에도 포함돼 있는데.
“노동계는 책임 있는 협의체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 문제의식과 취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노사민정협의회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 노동계가 우려하는 협의회를 들러리나 요식절차로 만들지 않고 실질적인 협치가 되도록 준비할 것이다.”

- 노동복지센터 건립도 박 시장의 주요 노동공약인데.
“서울시는 올해 예산 30억원을 확보해 10곳, 2013년 10곳, 2014년 5곳 등 순차적으로 25개 자치구에 노동복지센터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각 자치구별로 신청을 받고 있다. 15일 마감된다. 자치구가 확정되면 각 자치구별로 민간위탁자를 모집한다. 이때 기준이 1순위가 노조다. 2순위는 비정규 영세사업장을 위한 사업을 하는 비영리단체다. 서울시는 자치구 모집·심사 과정에 참여해 총괄적으로 점검할 것이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상시·지속 업무로만 판단”

- 서울시는 비정규직 2천800명을 정규직화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진행상황은.
“조만간 1차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일단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따른 것이다. 다만 정부는 정규직 전환대상을 2년 이상 근무하고 향후 2년간 예상되는 업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서울시는 상시·지속적 업무로 판단하고 근무기간(2년 이상 등)은 고려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와 별개로 간접고용에 대한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다. 비정규직 임금체계와 직급체계, 간접고용 업무의 상시·지속업무 여부, 민간부문의 확산·유도 정책을 주제로 진행된다. 오는 8월까지 연구용역을 마치고 2차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시의 구상은.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통한 좋은 일자리 만들기가 있다. 이어 채용의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부터 진행단계까지 일자리의 질을 관리할 방침이다. 서울시에는 복지사업과 주택사업 등 공약과 연동된 새로운 사업이 많다. 그런 과정에서 일자리를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업무의 질 향상을 위해 점검해 나갈 것이다.”

- 시민명예옴부즈맨 제도가 주목받고 있는데.
"지난 8일 각 자치구별로 신청이 마감됐다. 시민명예옴부즈맨이 최종 선정되면 다음달부터 활동에 들어간다. 서울시 역시 근로기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그러나 근로감독관이 부족한 상황이다. 옴부즈맨이 근로기준 사각지대의 실태와 위법사항 등을 잘 챙겨서 서울시에 전달하면 법 위반 사항은 중앙부처가 조사·감독할 수 있도록 넘기고, 서울시는 행정·제도적으로 개선하는 등 서로 보완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옴부즈맨이 사업장에 들어가는 데 법적 제약이 있겠지만 감춰진 부분을 최대한 취합한다면 중간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다. 특히 비정규·영세·청년알바·유통 사업장에서 옴부즈맨의 역할을 기대한다."

“서울시 행정에서 노동존중 관점 갖도록 노력할 것”

- 서울시 산하 공무원노조와의 단체교섭 계획은.
“공무원 노동기본권은 중요하다. 노조와 의사소통을 잘하려고 한다.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당연히 응할 것이다. 다만 현재 3개의 복수노조가 존재하고 있어 창구단일화 문제는 잘 따져 봐야 할 사항이다. 단체교섭 전이라도 노조의 요구를 적극 수렴할 것이다. 3~4월에 각 노조와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가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다.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는 해고자 복직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요한 관심사안이다. 앞으로 복직이 될 때까지 잘 추진되는지 점검해 나가겠다.”

-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에는 노동위원회가 없는데.


“서울시 행정이 변화하면 의회도 변할 것이라고 본다.”

- 박 시장의 노동정책에 대한 평가는 아직 긍정적이다. 하지만 기존에 존재하는 행정구조를 깨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많은 이들의 기대치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를 서울시 노동행정 속에서 잘 체화할 것인가에 있어서는 앞으로 난관이 있을 것이다. (서울시 노동행정은) 아직 협소하다. 서울시의 전반적 행정에서도 노동의 관점이 부족하다. 다만 박 시장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아 주기를 바란다. 앞으로 노사민정 협치와 내부 노동행정 골간을 차근차근 마련해 갈 것이다. 또한 행정서비스 담당자들이 노동을 이해하고 노동존중의 관점을 갖도록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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