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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가다
“어떻게 하면 음악으로 밥벌이할까 고민해요”
윤자은  |  bor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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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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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하던 강허달림씨가 웃는다. 주거니 받거니, 거기 작은 공연장 관객이 같이 웃었다. 함께 노래했다.정기훈 기자 photo@

지난 2010년 인디 가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생활고와 지병으로 숨지면서 인디 뮤지션의 열악한 삶이 조명을 받았다. 음악인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한편에서는 뮤지션유니온(노조)을 조직하려는 움직임도 일었다.

지난해 12월 유데이페스티벌 조직위원회와 청년유니온이 청년뮤지션 2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생활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은 월 평균 수입이 1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고정수입은 평균 69만원에 그쳤다. <매일노동뉴스>가 인디 뮤지션이 활동하는 현장을 따라가 봤다.

“탑밴드 상금 1억원이란 로망”

   
▲ 홍대거리 어느 미장원 지하 연습실. 1시간에 1만원을 낸다.  단골할인 가격이다.공연을 앞두고 합주를 1시간여. 기타 치는 유웅렬씨가 '알바' 뛰러 간다며 먼저 나선다.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75-1번지 지하의 디엠지 연습실. 꿈꾸는 청춘들이 모이는 곳이다. 10일 오후 인디 뮤지션 강허달림(38)씨가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연습실을 찾았다. 세 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드럼·키보드·기타·앰프 등 있을 건 다 있다. 방음장치가 된 3개의 연습실이 있는데, 사용료는 시간당 1만~1만5천원이다. 홍대 인근엔 이런 연습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습실에서는 인디 뮤지션 강허달림씨와 기타·피아노·퍼커션 연주자들이 이날 저녁에 있을 공연을 앞두고 음과 목소리를 맞추고 있었다. 연습을 마무리할 무렵 기타 세션을 맡은 유웅렬(27)씨가 급히 자리를 떴다. 국립극장에서 하는 공연의 연주 아르바이트가 있다고 했다. 강씨는 유씨의 등 뒤에다 대고 “그런 공연은 돈 많이 줄 거 아냐? 잘 갔다 와”라고 말했다. 유씨는 공연이 시작되는 오후 6시까지 돌아오기로 했다.

연습실 안쪽에 “탑밴드 우승상금 1억원”이라고 쓰인 패널이 눈에 띄었다. 탑밴드는 한 방송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많은 뮤지션들이 얼마 안 되는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지원하고 있다.

인디 음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EBS 스페이스 공감은 인디 밴드들의 로망이지만 방송 출연이 쉽지 않다. 이미 많은 뮤지션들이 방송출연을 위해 길게 줄 서 있기 때문이다. 강씨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유명세를 타는 건 하늘에서 별 따기"라며 "운 좋게 되는 경우가 아니면 힘들다"고 한숨을 쉬었다.

“음반 내기까지 아르바이트 전전”

   
▲ 공연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맥주로 지친 목을 달랜다.
20여년 동안 음악활동을 하며 한 길을 달린 강씨의 월 평균 수입은 200만원 정도다. 인디 뮤지션 쪽에서는 벌이가 괜찮은 편에 속한다. 최근에 발매한 음반이 잘돼서 음반 판매비와 저작권료 등 고정수입이 있다고 했다.

강씨는 92년 고향인 전남 순천을 떠나 상경했다. 오직 음악을 하기 위해서였다. 강씨가 음악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건 2004년부터다. 2005년에는 첫 음반을 냈다. 서울에 올라온 지 13년 만의 일이었다. 모아둔 돈 700만원에 1천만원 이상을 대출받아 낸 음반이었다. 뮤지션들은 자신의 음반을 내는 게 꿈이다. 그러나 대부분 음반 한 장 못 내고 꿈을 접는다. 강씨는 인디 음악 계열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따로 아르바이트를 하진 않는다. 예전에는 웬만한 식당 아르바이트는 다 그의 몫이었다.

오후 6시. 홍대의 클럽 ‘커몬(COMMON)’에서 강허달림의 공연이 시작됐다. 공연을 보기 위해 전남 광주에서 오는 팬도 있단다. 강허달림의 그림자를 자처하는 팬도 있다. 노송호(49)씨는 직접 플래카드를 인쇄하고 손팻말도 준비해 왔다. 노씨는 "강허달림은 마음을 저미는 무언가가 있다"며 "늘 옆에서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50명 한정 공연인 이날 공연에는 골수팬들만 왔다"고 귀띔했다.

"오늘 시청광장에서 소리칠 일이 많은 것 같아요. 낮엔 여성의 날 행사와 핵 폐기를 위한 집회도 했어요. 지금 청계광장에서 비정규직 폐기를 위한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자 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리쳐'라는 곡을 막 끝낸 뒤 강씨가 팬들에게 한 말이다. 이런 멘트도 강씨가 직접 고민해서 짠다고 한다. 공연이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강씨는 "신비감을 줘야 하는데 난 왜 계속 노래하고 싶지?"라며 앙코르 곡을 이어 갔다. 그는 무대를 즐기고 있었다.

   
▲ 50석 남짓 작은 공연장. 강허달림씨가 악기 세팅에 분주하다. 창 밖으론 부지런한 관객들이 줄을 섰다.

“설자리 잃어 가는 인디 뮤지션”

흥겨운 무대가 끝나자 곧바로 현실이 찾아왔다. 공연이 끝나면 입장료의 절반을 장소대여료로 낸다. 나머지 절반을 기타·피아노·퍼커션 연주자들과 나눈다. 무대에서 내려온 강씨의 고민은 의외로 현실적이었다. 그와 그의 동료들이 먹고사는 문제였다. 강씨는 “어떻게 하면 음악으로 밥벌이하고 살까, 곡을 쓰고 매 공연마다 퍼포먼스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오게 할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한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세션들은 주로 개인강습을 통해 생활비를 마련한다. 피아노를 치는 김선영(32)씨는 “고정적인 수입은 개인강습으로 번다”며 “공연은 준비시간도 많이 들고 돈벌이도 되지 않지만 무대에 서는 것이 좋아서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퍼커션을 하는 이상민(27)씨는 대학원을 다닌다. 그 역시 개인강습으로 생활비를 마련하고 무대에 선다. 이들은 “음악을 계속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디 뮤지션들의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설자리를 잃어 가는 뮤지션들의 현실 속에서 인디 음악을 지키려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홍대 인근 건물의 임대료는 강남의 가로수길 인근보다 비싸다고 한다.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올라 문을 닫는 클럽이 늘어났다. 클럽을 운영하는 홍여경(30)씨는 “홍대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이 지역이 유명세를 탄 것인데 땅값이 너무 올라 클럽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결국 홍대를 기반으로 한 뮤지션이나 클럽이 다른 지역으로 몰려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디 뮤지션들이 공연할 공간도 줄어들어 무대에 설 기회도 잡기 힘든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작은 레이블 운영자들이 모여 만든 독립음악제작자협회가 발족했다. 협회 관계자는 “독립음악 진영의 권익을 지키고, 정부와의 협상테이블을 만들기 위해 협회를 설립했다”며 “독립음악 지원을 위해 정부에 정책적인 부분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 2시간의 '공연달림'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 필요”

유데이페스티벌 조직위와 청년유니온이 지난해 12월 뮤지션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배경에도 이런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청년 뮤지션들이 감당하고 있는 현실을 세상에 드러내고 사회적 대책을 강구하자는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5%가 "음악이 주업"이라고 밝혔지만 그중 68%가 "별도의 경제활동과 각종 강습,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답했다. 청년 뮤지션들이 경제활동과 음악활동을 병행하면서 심각한 수준의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들은 음악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로 경제적 어려움(33%)을 꼽았다. 응답자의 83%가 정부대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청년 뮤지션들의 '뮤지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2점으로 조사됐다. 유데이페스티벌 조직위와 청년유니온은 “홍대 클럽을 기반으로 꿈을 좇는 청년들이 1천명을 훌쩍 넘지만 이들을 위한 대책은 전무하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음악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의 변화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문식(40) 유데이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은 최근 들어 인디 뮤지션들을 대상으로 '뮤지션유니온'을 조직하고 있다. 그 자신 역시 밴드 '더 문'의 보컬리스트다. 지난해 '음악산업의 페어플레이를 꿈꾸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유데이페스티벌을 조직했다. 음악을 창작·공연하고 대중을 만나는 전 과정에 필요한 물적기반이 대부분 상업화된 현실을 보완하기 위해 음악가들의 자립을 돕는 공적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직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정 위원장은 “그동안 한국 대중음악의 문제에 대해 당사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낸 적이 없었다”며 “지속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뮤지션유니온은 아직 시작단계라서 조직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에서도 인디 뮤지션들을 조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뮤지션의 실태가 열악하다는 것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돼 조직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인디 음악에 종사하는 청년들이 직접 열악한 조건을 바꿔 나갈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 "나는 노동자인가요?" 공연 중에 강허달림씨가 마이크 잡고 물었다. 답을 듣진 못했다.

[상자기사] “독립음악에 직접적인 지원 필요”


지난해 11월 예술인복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예술인복지법은 예술인의 지위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산재보험 가입과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예술인복지기금 설치를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인디 뮤지션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정문식 유데이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고용관계를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혜택이 없을 것”이라며 “개별적 재정지원보다는 창작기반 마련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근로기간이 불규칙한 예술인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고용보험법상 실업급여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예술인의 창작지원을 위한 예술인복지재단과 기금 설립도 불확실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인디 뮤지션 강허달림씨는 “4대 보험 적용은 기본적으로 모든 직장인들의 꿈이지만 음악인들의 위치는 애매하다”며 “일회성 이슈가 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씨는 “실질적인 예술행위를 할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금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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