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왼쪽부터 로렌 제이콥스 SEIU 서부서비스노동자지부 수석부지부장·조셉 기버기즈 CTW 전략조직센터 부국장·니콜라스 러디코프 CTW 국제국 부국장. 조현미 기자

"세계 자본주의가 세계 공급사슬망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더 이상 기업이 한 나라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노조도 거기에 맞게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미국 승리혁신노총(CTW)의 조직활동가들이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민주노총에서 열린 조직활동가 교육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7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조셉 기버기즈(39·사진 가운데) CTW 전략조직센터 부국장은 "한국과 미국에서 민주노총과 CTW가 같은 의제로 투쟁하는 것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CTW는 AFL-CIO에 대한 대안조직으로 2005년 미국 노조들의 동맹으로 출범했다. CTW의 전체 조합원은 550만명이다. 북미화물운송노조(IBT)·북미서비스노조(SEIU)·전미농업노동자노조(UFW)와 북미식품·상업노동자노조(UFCW)가 가입해 있다. 오랜기간 미국 노동운동의 토대를 이룬 제조업노조들과 달리 CTW 가맹조직들은 대부분 서비스부문 노조다. 특히 여성과 이주노동자·유색인종을 아우르고 있다. 이번 워크숍은 CTW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의 교류활동이 계기가 됐다.

50년대 사적부문의 노조 조직률이 35%에 이르렀던 미국은 2000년대 들어 5% 미만으로 급격히 추락했다.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경제구조가 변화하고 있는 상황은 한국과 비슷하다.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조직화대상 전환"



"CTW는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조직화 대상의 초점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간병인·청소노동자·운수노동자를 주된 조직대상으로 삼고 있지요."

기버기즈 부국장은 "불안정노동자들은 세계 자본주의의 가장 큰 희생자"라며 "비정규·불안정노동은 전 세계 노동운동이 느끼는 도전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EIU 출신인 그는 보건의료노동자 조직화 경험을 갖고 있다. 미국 노동운동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조직화 사례는 보건의료 중 홈케어 노동자, 우리나라로 표현하면 재가요양보호사 조직이라고 한다. 기버기즈 부국장과 함께 한국을 찾은 로렌 제이콥스 SEIU 서부서비스노동자지부 수석부지부장은 "20여년 동안 50만명을 조직했다"며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를 찾아내는 데 10년이 걸리고, 나머지 10년은 조직화하는 기간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올해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을 노리고 있다. 미국에서도 좋은 일자리 창출이 화두다. 기버기즈 부국장은 "올해 대선에서 미국 노동계가 가장 중요한 요구로 생각하는 것은 오바마가 행정부 권한을 이용해 민간부문에서 노조의 권리가 보장되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정부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어마어마합니다. 민간부문에서 2천만명을 고용할 수 있는 예산입니다. 현재 미국정부가 구매처를 결정하는 원칙은 최저가낙찰입니다. 해당 업체는 필연적으로 저임금·장시간노동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노조 권리 보장되는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



한국과 달리 미국은 양당제 시스템이다. 그만큼 노동자들의 선택지가 분명하다.

"월가 자본가들의 정당인 공화당을 지지할 것이냐,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냐. 당연히 민주당입니다. 노조를 파괴하는 공화당 후보가 당선돼서는 안 됩니다. 노동계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미국 노동계는 주 차원에서 활동을 조정하고 협력하고 있다. SEIU의 경우 지난해 가을 단위노조 대표자들이 모여 대선 요구에 관해 논의했다.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돼야 하는지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이어 지난해 12월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제이콥스 수석부지부장은 "17개 주요 도시에서 집회도 하고 거리액션도 하면서 우리 요구를 알려 내는 활동을 한다"며 "주요 요구는 부자들이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기본적인 사회 공공서비스는 축소돼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모든 노동자들이 존중받기 위해 이민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일자리란 모든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CTW는 공공운수노조·연맹 등 한국의 노동계와 연대활동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기버기즈 부국장은 "한국과 미국의 항만 트럭 노동자들은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며 "자본주의는 국경을 넘나들기 때문에 노동계도 국가의 경계를 허무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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