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진 사무금융노조 신민저축은행지회 지회장

지난달 28일 열린 사무금융연맹 대의원대회에서 6대 연맹 위원장으로 취임한 박조수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낯선 노조 이름 하나를 꺼냈다. 조합원이 18명인 신민저축은행지회(지회장 김호진)였다. 당시 지회는 전날 파업을 마무리한 상태였다.

최근 출범한 사무금융노조의 초대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박조수 위원장은 지회가 싸우는 과정을 지켜보며 "산별노조가 가야 할 방향을 봤다"고 했다. 김호진(51·사진) 지회장은 7일 오후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먼 길을 한걸음에 달려와 연대해 준 동료들 때문에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 있었다”며 “(박조수 위원장의 언급은) 이제 막 산별노조가 출범한 만큼 가족처럼 뭉쳐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신민저축은행은 서울 중구 충무로2가에 위치해 있다.

또다시 임금동결이라니…

지회가 파업에 나선 건 지난달 6일이었다. 김 지회장은 "지회는 매년 치솟는 물가에도 저축은행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해 최대한 허리를 졸라맸는데, 사측은 기본적인 배려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사측은 저축은행업계가 어렵다며 사정을 봐 달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체감하기에도 어려운 게 사실이어서 여러 면에서 양보를 했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뜻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사측은 그렇지 않았어요.”

지회는 2008년부터 3년 동안 사측의 요청에 따라 임금을 동결했다. 애초에 대우가 좋은 편이 아니어서 다른 저축은행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졌다. 여기에 물가까지 치솟은 것이다. 지회는 지난해 11월 말 시작된 교섭에서 임금인상 요구율로 16.6%를 제시했다. 상징적인 수치였다. 합리적인 접점을 만들어 가자는 제안이기도 했다.

그런데 사측은 또다시 동결을 요구했다. 이후 6차례의 교섭과 간담회가 이어졌지만 사측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지회는 요구율을 5%까지 낮췄다. 그럼에도 사측의 동결 입장은 요지부동이었다. 지회는 올해 1월 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서울지노위의 조정은 사측의 대화거부로 결렬됐다. 파업 외엔 답이 없었다.

함께 먹고 자고, 작전도 짜다 보니

파업에 돌입하자 사측은 더더욱 지회와 반목했다.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강조하고 현직 감사에게 창구업무를 지시하는 등 규정을 위반했다.

“교섭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자고 해도 말이 통하질 않더라고요.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노동자 희생만 강요하더군요. 3년 동안 임금을 동결한 우리가 결국은 물가 오른 정도로 요구율을 낮췄잖아요. 그런데도 동결을 주장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파업 이후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자 조합원들이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회사 대표가 직접 창구업무를 하면서까지 대결구도를 이어 갔기 때문이다. 파업기간 중 맞은 급여일에 임금이 지급되지 않자 조합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깊어졌다. 큰 조직이 아닌 만큼 한두 명의 동요에도 파장은 컸다. 그런 조합원들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을까. 때마침 연대투쟁이 시작됐다.

시작은 그들의 사정을 잘 아는 사무금융노조 전국저축은행지부가 끊었다. 지회의 상급단체였다. 천안·아산 등 다른 지역 동료들까지 짐을 싸서 서울로 올라왔다.

“사업장 인근에 함께 여관을 잡았습니다. 낮에는 구호를 외치고 밤에는 소줏잔을 기울이며 작전을 짰죠. 동지들이 모이니 조합원들도 다시 생기를 찾더라고요. 산별노조라는 게 이런 건가 싶더군요.”

여수신업종본부와 노조를 중심으로 동참인원이 확산됐다. 연맹까지 연대투쟁에 나서자 사측은 지회 파업 22일 만에 임금인상에 합의했다. 파업 철회에 대한 특별수당도 주어졌다. 노동절·가정의 날 수당과 휴가비가 신설됐다.

김 지회장은 “결국 대산별 아래 하나의 가족처럼 뭉쳤기 때문에 일이 해결된 것 같다”며 “이제는 노사가 화합해 어려운 저축은행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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