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전국은행연합회지부
금융노조 전국은행연합회지부(위원장 정용실)가 '낙하산 부회장' 인선을 저지하기 위해 천막농성에 나섰다. 지부는 "독립경영과 내부인사의 승진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넘어선 농성"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임기가 시작된 연합회 박병원 회장과 지부의 첫 번째 '조우'인 만큼 이번 농성이 향후 노사관계와 조직 발전의 방향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매일노동뉴스>가 27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본관 1층에 설치된 천막농성장을 찾아 정용실(44·사진) 위원장을 만났다.



- 최근 상황을 설명해 달라.

“지난 9일 언론보도를 통해 금융감독원 김영대 부원장보가 다음달 임기가 시작되는 연합회 부회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수소문해 봤더니 사실이었다. 그래서 곧바로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다음날 삭발식을 했다.”



- 금융감독원 쪽에서 부회장으로 오는 게 이번이 처음인가.

“다음달 15일 임기가 끝나는 노태식 현 부회장 역시 금감원 출신이다. 83년 은행연합회 역사상 금감원 인사가 연합회 부회장으로 온 건 당시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후임까지 금감원 출신이 온다는 것이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연합회 부회장 자리는 당연히 금감원에서 맡는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다. 노조가 반발하는 것은 이런 불합리한 일이 관행처럼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 금감원 인사가 부회장이 돼선 안 되는 이유가 있나.

“연합회 회장이 전체적인 은행산업 발전을 위해 대외활동을 하는 자리라면 부회장은 회원사나 직원들의 고충이나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즉 내부를 다스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금감원 출신인 지금의 부회장에게선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실제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자리임에도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느낌마저 들었다. 본인 영달을 위한 명예직도 아닌데 말이다. 문제는 또 있다. 금감원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 은행들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법을 어기는 것은 아닌지 관리·감독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핵심적인 일을 했던 사람이 연합회에 오면 조직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 직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

“이번 낙하산 인사에 조합원들은 물론 여러 부서장들도 반발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가 성사되면 직원들의 좌절감이 엄청날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능력을 인정받아 부회장도 되고 하는 것이 모든 직원들의 꿈 아니겠는가. 그런데 조직의 생리도 구조도 모르는 사람이 어느 순간 위에서 똑 떨어진다고 생각해 보라. 어디 일할 맛이 나겠는가. 낙하산이 성사되면 외압에 좌지우지되는 조직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셈이다. 조직의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다. 전체 직원들이 반대하고 있는 이유다.”



- 금감원은 이번 일에 대해 뭐라고 하나.

“권혁세 금감원 원장은 회원사 총회에 의견을 묻겠다고 했다. 어디 곧이곧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인가. 무언의 압력이다. 낙하산 인선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갑의 입장에서 지켜볼 테니 알아서 잘하라는 소리다. 얼마 전 추경호 부원장도 그랬다. 노조가 큰 결단을 내려 달라고. 결국 서로 간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 부회장 임명권은 회장에게 있지 않나.

“그게 우리 입장에서도 참 곤란한 대목이다. 금감원 인사가 부회장으로 거론되는 것은 외압에 의한 것이다. 박 회장은 금감원과 지부 사이에 끼여 있다. 현재 박 회장의 입장은 명확하지 않다. 노조와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다행인 것은 박 회장이 굉장히 열린 인물이라는 점이다. 박 회장 취임 이후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노사가 화합해 잘해 보려고 하는 찰나에 이번 일이 생긴 것이다. 외압을 벗어던지고 향후 조직 전체가 크게 나아가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라도 이번 투쟁을 승리할 것이다.”



- 천막농성을 결정한 계기는.

“이미 지부는 삭발식을 통해 칼을 꺼내든 상황이다. 뭐라도 명분이 있어야 집어넣을 것 아닌가. 지난 23일 총회를 전후해 내부행사로 투쟁동력을 마련했다. 그런 분위기를 천막농성으로 이어 가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단식투쟁이나 더한 것도 계획 중이다. 이처럼 단계적으로 투쟁수위를 높여 갈 예정이다. 반드시 낙하산 인사를 저지해 출근저지와 같이 뒷북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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