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은 빨랐다. 방청석 누군가 보내온 문자엔 '고법 파기환송'이라고 짧게 적혔다. 기다림은 길었다. 2년 넘게 기다린 판결. 싸움에 나선 지 1천848일째다. 별말 없이 길 건너편 잎 다 떨군 가로수를 한동안 바라봤다. 고개를 숙였다. 두어 번 맥없이 구호를 외쳤다. 기타모형 선전물을 만지작거렸다.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 현수막은 펴질 못했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결 기자회견 자리 한쪽에 함께 섰다. 풍선을 하늘로 띄웠고 박수를 보냈다. 울먹이던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을 지켜봤다. '자유·평등·정의'라고 적힌 대법원 입구에 나란히 섰다. 정리집회를 했다. 다시 싸우자며 목소리 높던 사회자 따라 주먹을 뻗었다. 거기 서초역 사거리 바람길인지 머리칼 어지럽게 흩날렸다. 23일 콜트는 웃었고 콜텍은 울었다. 콜트악기·콜텍지회 사람들은 다같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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