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
공인노무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에 따른 복수노조 제도가 전면시행된 지도 벌써 8개월 가량이 흘렀다. 복수노조 전면허용과 더불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시행되면서 현장에서는 많은 혼란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한 고용노동부의 위법적 행정지도로 인해 사측이 자주 이야기하는 ‘법과 원칙’이 훼손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복수노조 시행 이후 노노갈등이 증가하고 민주노조에 대한 사용자들의 탄압이 거세졌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가을 KT 자회사 중 보안경비사업을 하는 KT텔레캅에 민주노조가 건설됐다. 기업별 노조인 기존 KT텔레캅노조가 소속 조합원의 권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KT텔레캅에서 무인경비시스템을 판매하는 영업사원 5명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해 KT텔레캅지부를 건설한 것이다.

지난해 11월15일 창립총회와 출범식이 개최됐다. 이후 사측은 민주노조에 가입한 조합원 5명이 소속된 지사의 지사장들에게 민주노조 출범 직후 본사 대기발령 처분을 행했다. 각 지사의 지사장들이 소속 노동자들이 민주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본격적인 탄압은 정작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발생했다. KT텔레캅노조의 간부들이 KT텔레캅지부 조합원들을 탄압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 노조의 간부들은 지사별로 조합원들을 이끌고 민주노조 간부를 찾아가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고, 얼굴에 밀가루를 뿌리고, 개인 업무용품을 파손하는 등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탄압을 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회사 출입에 필요한 지문인식 프로그램에서 민주노조 조합원들의 인적사항을 삭제해 회사출입까지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탄압이 사측의 지시 내지 방조에 의한 것이라는 것은 보통의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업장 내에서 폭행사건이 발생하면 사용자는 직장질서 침해를 이유로 가해자에게 징계처분을 행한다. 그러나 KT텔레캅 사측은 달랐다. 당해 폭행사건은 이른바 노노갈등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측은 관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나아가 업무용 책상과 컴퓨터 등이 파손되고 출입이 통제돼 정상적 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던 민주노조 간부들이 연차휴가를 신청하자 사측은 연차휴가 사용이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며 해당 기간을 무단결근으로 처리했다(심지어 연차사용 촉진기간이었다). 또한 업무 특성상 성과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적용받는 조합원들에게 업무를 부여하지 않아 임금수준을 기존의 절반 이하로 떨어뜨리는 등 각종 불이익 처분을 행했다.

현재 기존노조 간부들의 폭행사건은 검찰에 송치돼 있다. 그리고 KT텔레캅지부는 사측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해 사건이 진행 과정에 있다. 그러나 젊음을 걸었던 직장에서 상상할 수조차 없을 만큼의 커다란 모욕을 당한 KT텔레캅지부 간부들은 현재 정신과치료를 받으며 힘겨워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KT텔레캅지부 조합원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끝까지 싸워서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민주노조 설립초기의 이러한 탄압이 더욱 탄탄한 노조를 만들어 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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