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비율상 교사 1명당 20명의 아이들(5세 이하)을 봐야 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평균 23명의 아이들을 돌봐요. 안전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입니다.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강요하면서 질 높은 보육을 바라는 건 기만입니다."

18년차 보육교사인 김아무개씨는 21일 공공운수노조·연맹이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울분을 토했다. 그는 "현실은 아이들을 보육하는 것이 아닌 사육하는 것과 같다"며 "보육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게 자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앞으로는 무상보육을 선전하면서 뒤로는 보육교사의 임금을 깎아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10년간 보육예산은 10배 이상 늘었지만 정작 보육교사들의 노동조건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보육진흥원의 2011년 보육교직원 국가자격취득자수를 보면 총 취득자 56만9천182명 중 현직 종사자가 16만6천780명으로 29.3%밖에 되지 않는다. 저임금·장시간노동 등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가 2009년 조사한 보육교사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5시간이었으며, 한 달 평균 임금은 126만원이었다. 전체 취업자의 월평균 급여 대비 62%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고용이 불안한 계약직이다 보니 항상 부모들과 원장의 눈치를 봐야 한다.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수당도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휴게시간과 휴가 사용도 어렵다. 직장인의 경우 점심시간 1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사용하지만, 보육현장은 점심시간이 되면 노동강도가 오히려 강화된다. 아이들을 재우는 등 노동이 지속돼 아이들과 분리되는 시간이 없다. 인력부족으로 연차를 공휴일과 여름휴가로 대신하는 보육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보육분회 관계자는 "보육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가 보육교사들에게 헌신을 강조하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임금인상과 함께 하루 8시간 노동이 가능하도록 2교대제를 실시하고, 근본적으로는 지자체 직접고용과 국공립 보육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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