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새날)

근로복지공단의 누적 이익금 7조원의 가장 큰 주역은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엉터리 뇌심혈관계 인정기준과 운용이 아닐까 싶다.

일단 공단의 가장 큰 문제는 법 해석의 왜곡과 적용이다. 현재 공단의 뇌심 인정기준은 노동부 고시(2008-43호) “뇌혈관질환 또는 심장질환 및 근골격계질환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이다. 이는 인정기준의 예시일 뿐이다. 그러나 공단은 <별표 3>, 고시사항에 해당할 때만 산재로 인정한다. 즉 '제한적 열거주의'로 해석한다.

법 본래의 취지는 예시사항을 나열한 것이다. 고시사항에 해당되지 않을 때 법의 취지에 맞게 인정여부를 따지라는 얘기다.

고시는 돌발성 과로·단기간 과로·만성 과로를 구분하고 있다. 핵심은 “발병 1주일 내 업무량이나 업무시간이 일상 업무보다 30% 증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30% 증가를 요구하고 있다. 만성적 과로기준도 이를 준용한다. 과문(寡聞)하여 이 기준을 요건으로 삼은 판결을 알지 못한다.

공단은 ‘기존 질환’이 있는 경우 이를 불승인의 근거로 삼고 있다. 이와 달리 법원은 “과로의 내용이 통상인이 감내하기 곤란한 정도이고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는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경우 과로 이외에 달리 사망의 유인이 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드러나지 아니하는 한 업무상 과로와 신체적 요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함이 경험칙과 논리칙에 부합한다”(대법원 2009두164)고 본다. 즉 기초 질병이 있더라도 과로·스트레스가 해당 질병을 유발·악화시켰는지를 살펴보라는 얘기다.

과로가 연속적으로 발생해야 한다는 공단의 기준도 문제다. 최근 대법원은 당뇨병·고지혈증· 심비대의 기존 질환을 앓고 있는 버스 노동자가 심인성급사로 사망한 사건에서 “망인이 이 사건 재해 한 달 전까지 지속되었던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0두733).

실무상 공단은 면역성 질환을 인정기준에서 배제하고 있다. 간질·안면신경마비·바이러스뇌염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법원은 면역성 질환의 경우 과로 ·스트레스에 의한 면역기능의 저하 여부를 실질적으로 판단한다.

최근 확정된 판결을 보면 대상포진 및 동통(청주지법 2009구합2165)·화농성 척추염(춘천지법 강릉지원 2006구합324)·헤르페스뇌염 및 간질중첩증(서울행정2008구단2247)·산재성 혈관내 응고장애(서울고법2007누22940)·리스테리아균(춘천지법 강릉지원 2006구합324) 등이 있다.

공단의 뇌심혈관계 질병조사의 핵심은 ‘뇌심혈관계재해조사시트’작성이다. 별표상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및 업무환경의 변화"를 과로·스트레스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트에는 업무시간의 과중부하를 중심으로 체크하도록 돼 있다.

결국 '업무의 양·강도·책임·환경' 등 외적 요인과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조사가 누락된다. 이는 법원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중요하게 심리하는 것과 차이가 난다.

공단은 야간 및 교대근무 자체를 과로·스트레스 요인으로 보지 않는다. 반면 의학계에서는 야간 및 교대근무를 뇌심혈관 질환의 중요한 위험요인으로 간주한다. 최근 판결은 “야간근무가 주간근무에 비해 육체적 정신적 부담이 커 피로 및 스트레스를 가중시킴으로써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서울고법 2009누6577), “장기간 교대근무로 인한 면역력 저하”(서울고법 2009누39423, 서울고법 2009누12169) 등으로 판단하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