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
노동환경연구소 발암물질진단 사업팀장

안전한 것이라고 믿었던 식품들이 위험한 물질로 오염된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노하게 된다. 게다가 제조자에 의해 조장된 것이라면 더 그러하다. 먹을 것 갖고 장난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은 그 어떤 명제보다 준엄하기 때문이다. 건강을 해치는 외부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정보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그런데 제조자나 생산자가 불순한 의도로 음식에 장난을 치지 않았는데도 위험물질이 발생할 경우는 어떨까. 대표적인 예로 감자칩이나 프렌치프라이(french fry·길쭉한 모양의 감자튀김)를 살펴보자. 지금부터 논의할 주제는 감자칩과 프렌치프라이가 갈색으로 먹기 좋은 빛깔을 내고 맛이 깊어질수록 생기는 발암물질, ‘아크릴아미드’에 대한 이야기다. 아크릴아미드는 탄수화물과 아스파라긴이 들어 있는 음식이 180도 수준까지 열을 받아 요리될 때 생성된다고 한다. 감자칩이나 감자튀김은 이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대표 음식이다. 수분 함량이 적을 경우 더 많이 발생하는데 수분이 적으면 더 빨리 열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얇게 썰어 만든 감자칩일수록, 가늘게 뽑아낸 감자튀김일수록 아크릴아미드 함량은 더 많아질 수 있다. 아크릴아미드는 신경독성·유전독성·생식독성 그리고 발암성을 갖는 유독한 화학물질이다. 세계 보건기구산하 국제 암연구소에서 인간 발암 가능물질로 분류돼 있다. 이것이 발생된 음식을 먹을 경우 자궁내막암과 난소암, 그리고 신장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으면 어떨까. 일부 연구에 의하면 집에서 만든 생강빵·쿠키·팝콘·튀긴감자·토스트·볶은 커피나 커피 대체품 등에서도 조리시간이나 방법에 따라 외부 음식에서 발견되는 양에 준하는 아크릴아미드가 발견된다고 한다. 재료와 조리방법이 문제지 장소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크릴아미드가 들어 있는 음식을 엄마가 섭취할 경우 태반을 거쳐 음식물에 있던 아크릴아미드가 이동하기도 하고 모유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태아나 신생아 입장에서는 감자튀김 맛도 못 봤는데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아크릴아미드에 노출돼 인생에서 처음으로 억울한 일을 경험하게 된다.

아크릴아미드의 발생량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는 요리 시간과 온도, 재료들의 크기나 굵기다. 요리 시간이 짧을수록, 요리 온도가 낮을수록, 재료가 두꺼울수록 아크릴아미드의 발생량은 적어진다고 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아크릴아미드의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180도 보다 낮은 온도에서, 최소한의 시간 동안, 재료는 두껍게 준비하도록 권고하기도 한다. 물론 그만큼 맛은 덜하다. 옛말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더니, 반대로 좋은 맛이 때로는 몸에 이롭지 못한 것도 사실인가 보다.

튀기지 않고 굽는 것은 어떨까. 구운 감자가 한때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아크릴아미드의 발생량에 있어 구워서 요리하는 방법이 튀기는 방법에 비해 크게 나은 것은 아닌 듯하다. 경우에 따라 튀길 때보다 더 많은 양의 아크릴아미드가 발생하기도 한단다. 유아나 어린이의 경우 동일한 양을 먹더라도 체중당 섭취되는 양은 성인에 비해 2~3배에 이른다. 아크릴아미드의 독성 영향을 좀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므로 그만큼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태반을 통과하고 모유에서도 발견되고 있어 태아와 신생아의 건강을 위해 산모들에게는 아크릴아미드가 함유돼 있는 음식을 자제시키는 연구결과도 있어 건강한 식습관의 설계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크릴아미드에 대한 정보를 널리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유명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자신들이 만든 감자튀김·햄버거 등에 암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는 아크릴아미드가(첨가된 것이 아니라) 함유돼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비자들에게 알권리를 확고히 보장해 줘야 한다. 발암물질의 경우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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