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시간 단축 카드를 빼들었다. 경제사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비용부담을 우려하는 기업과 소득 감소를 걱정하는 노동자의 반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얘기다.

예상을 깨고 나온 내용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제한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일이다. 기왕에 노동부가 이를 추진하기로 했다면 종전의 행정해석을 폐기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옳다. 근기법 개정은 다음 일이다.

사실 정부 발표에는 휴일근로 문제보다 파괴력이 더 큰 내용이 있다. 바로 ‘근로시간 단축 적용 예외 특례업종’ 축소방안이다. 근로기준법 제59조에 따르면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의 특성상 불가피한 이유로 해당 업종의 경우 예외적으로 연장근로시간의 제한(주당 12시간)을 초과할 수 있으며 휴게시간도 특례를 인정한다. 지난 2009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근로시간 특례업종 사업체수는 전 산업 사업체수 대비 68.6%를 차지한다. 근로시간 특례업종 종사자는 전산업 종사자 대비 52.3%에 달한다. 법정노동시간이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었지만 적용받지 않는 노동자가 절반이 넘는다는 얘기다.

특례업종 적용대상은 운수업·광고업·금융보험업·통신업·물품판매 및 보관업 등 12개 업종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업종을 대분류한 것이다. 12개 업종을 다시 중분류·소분류·세분류하면 포함되는 업종은 수도 없이 많다. 때문에 휴일근로 문제는 대기업을, 근로시간 특례업종 문제는 중소영세기업을 겨냥하는 근로시간단축 프로그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만큼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의 파장이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휴일근로 문제보다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 문제를 소홀히 다루고 있다. 그만큼 근로시간 특례업종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업종인 운수업을 살펴보자.

노동계에 따르면 버스업의 경우 종사자의 80%가 40~60대이며,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8시간이다. 출·퇴근 시간을 포함해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4~18시간이고, 월 노동일수는 격일근무 형태로 21~25일 일하는 이들이 많다. 전체 버스 노동자 가운데 73.9%가 피곤함을 호소하고 있다. 버스업 노동자들은 과로에 시달리고 있으며, 승객인 시민은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이런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 노사정은 지난해 8월부터 사회적 대화를 벌이고 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근로시간특례업종개선위원회는 이달 31일 최종 회의를 열어 사회적 합의를 시도한다. 최근 정부는 이 논의를 바탕으로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노사정 합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해당 위원회 소속 공익위원들이 방안을 내고 회의를 열었지만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한다. 노동시간 상한선 설정,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 등의 방안에 대해 경영계가 반발하고 있는 탓이다. “특례업종에 해당하는 기업은 영세기업이 많아 받아들일 수 없다”게 이유였다.

경영계는 주장은 타당한 면이 없지 않지만 일반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허용한 것은 공중의 편의와 업무 특성상 불가피한 이유를 고려한 것인데 현행법의 특례업종 인정범위가 너무나 넓다는 지적이다. 이를테면 근로시간 특례업종인 광고업·연구개발업·금융보험업 등의 경우 초과근로를 하지 않더라도 공중의 불편을 초래하거나 안전에 위협을 주지 않는다. 이와 유사한 업종의 사례는 많다. 때문에 이를 바로잡고 대폭 축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정부가 경영계의 반발을 의식해 특례업종 중 파장이 적은 일부 업종만 축소하는 것으로 생색을 낸다면 안하느니만 못할 것이다.

아울러 불가피하게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인정하더라도 노동시간 연장을 무제한적으로 허용해선 안 된다. 현행 근기법에 이런 규제는 없다. 때문에 근로시간 특례업종이라 하더라도 노동시간 상한선은 설정해야 한다. 또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해당되는 기업은 중소영세기업이 많은 만큼 이를 축소하려면 정부차원의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사업주의 부담과 소득이 감소하는 노동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방침이 현장에 연착륙할 수 있다. 정부가 기왕에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축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면 이런 점을 면밀히 검토해 흔들리지 말고 추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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