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성 기자

삼성이 또다시 산업재해 은폐 의혹에 휩싸였다. 삼성에버랜드 사육사 고 김주경(25)씨의 사망을 둘러싸고 유족과 삼성에버랜드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26일 삼성노조(위원장 박원우)와 유족들에 따르면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10개월 동안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한 사육사 김주경씨가 지난 6일 숨졌다. 사인은 세균감염에 의한 패혈증이였다. 패혈증은 감염으로 인한 세균이 염증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건강한 성인은 거의 걸리지 않고 주로 면역력이 약한 환자에게서 발병한다.

유족들은 "김씨가 입사 후 살이 10킬로그램이 빠질 만큼 장시간 노동을 해 과로로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 가운데 사망 직전 동물원 우리 철창에 얼굴이 찢겨 상처가 났었다"며 "명백한 산업재해"라고 주장했다. 김씨가 남긴 업무 다이어리와 카카오톡 메시지, 싸이월드 미니홈피 내용 등이 근거다. 반면 삼성측은 "고인이 동료와 회사 밖에서 술을 마시다가 다쳤다"며 "상처가 패혈증에 이르러 사망했다는 것은 근거 없는 왜곡"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유족은 고인이 동물원에서 일하다 상처가 난 상황을 카카오톡 등에 남긴 자료를 증거로 제시하면서 "삼성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삼성노조가 이날 공개한 삼성의 '고 김주경 관련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이 유족의 일상과 의료진을 관찰한 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어 유족을 감시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노조와 다산인권센터는 이날 오후 경기도 용인 삼성에버랜드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은 에버랜드에서 패혈증으로 사망한 고 김주경씨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지 말아야 한다"며 "반윤리적 노동자 정책과 유족을 상대로 한 반윤리적인 행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측은 "같이 술을 먹다 김씨가 다친 걸 본 동료들의 증언이 있고 현장인근에 설치된 CCTV를 점검했으나 동물원에서 다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건강기록부와 근무일지에 따르면 10킬로그램이 빠지지 않았고, 위법근무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고서와 관련해서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돼 대책 마련을 위해 내부용으로 만든 자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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