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잃은 아비가 더 이상 뭘 바라겠습니까. 진실규명을 바랄 뿐입니다."

고 김주경씨의 아버지 김아무개(57)씨는 26일 오후 삼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연신 터지는 울음을 참으며 간신히 한마디를 남겼다.

유족과 삼성노조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 직원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고인은 10개월간 집에 두 번 다녀갔다. 휴무는 한 달에 4번뿐이었다. 아침 7시30분께 출근해 밤 8시까지 일했다. 성수기인 5월부터 9월까지는 연장근무가 잦았다. 고인의 임금명세서에 따르면 성수기 임금은 다른 때보다 두 배 높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15일 김씨는 쓰러졌고,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를 간호하기 위해 올라온 가족들에게 삼성측은 "동료 둘과 술 마시다가 넘어져 얼굴에 상처가 났다"고 말했다. 어떤 날은 "셋이 밥을 먹다 식당에서 넘어졌다"고 말이 바뀌었다. "술은 조금 먹고 셋이 밥을 먹다 넘어졌다"는 말도 나왔다. 김씨는 이달 6일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유족들은 장례를 치르던 중 고인이 남긴 싸이월드 메시지를 발견했다. 김씨는 쓰러지기 이틀 전 싸이월드에 상처난 자신의 얼굴을 올려놓고 "동물사 철장문에 당했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친구들과 주고받은 카카오톡에도 같은 기록이 남아 있었다.

삼성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김씨가 입원한 다음날부터 장례식을 치를 때까지 유족 곁을 지켰다. 그런데 고인의 동료는 한 명도 병원에 오지 않았다. 삼성노조가 공개한 삼성의 '고 김주경 상황보고서'에는 유족의 일상이 기록돼 있다. 삼성은 최근 내부직원을 대상으로 이번 사건을 보도한 기사에 대해 반박 설명회를 세 차례 개최하고 삼성노조를 비판했다. 이달 21일에는 삼성 노사협의회가 유족에게 성금을 전달하려 했으나 유족이 이를 거절했다.

이번 사건을 대리하는 문은영 노무법인 현장 노무사는 "산재는 일하는 과정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사고로 문제는 사고 발생에 대처하는 회사의 방식"이라며 "기존 삼성 백혈병 사태에서 보여 준 노동자건강권에 대한 삼성의 태도가 이번 사건에서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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