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훈

공인노무사
(서울도시철도노조 정책실장)

대상판례/ 서울고법 2011나47017 징계무효확인 등

원고인 조합원은 노조 열린마당 게시판에 2009년 4월8일경부터 같은 해 12월22일경까지 총 22회에 걸쳐 게시한 게시물을 문제 삼아 2010년 2월4일자로 이 사건 강등처분을 했고, 2010년 1월5일경부터 같은 해 3월20일경까지 총 21회에 걸쳐 게시한 게시물을 문제 삼아 2010년 7월20일자 이 사건 해임처분을 했다. 원고는 징계 및 해고무효 확인 소송을 진행해 2011년 5월12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일부승소(해고무효)했고 2011년 12월9일 항소심(2011나47017)에서도 동일하게 판결돼 피고와 원고 모두 항고를 포기했다. 당사자는 2011년 12월29일 원직에 복직됐다.

쟁의기간 중 징계제한 단체협약 두텁게 보호

강등처분과 해고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본 사건에서 재판부는 해고처분에 대해서만 무효라고 판결했다. 강등처분에 대해 원고측은 원고가 2009년 징계조항 중 강등조항을 신설하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하면서 노조 혹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 못했음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중징계 종류를 세분화한 것에 불과하고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한편 해고에 대해서는 피고와 도시철도공사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에 “정당한 쟁의기간 중에 어떠한 징계나 전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다”라고 해 쟁의기간 중 징계제한 조항을 두고 있고, 원고의 해고는 정당한 쟁의기간 중에 발생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해당 사건 단체협약은 2010년 2월1일 종료됐고 노조는 2010년 5월1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해 2011년 1월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됐다. 원고의 해고 시점인 2010년 7월20일에는 단체협약 해지 상태였다. 본 사건에서 쟁점은 3가지였다. 첫째 정당한 쟁의행위인가, 둘째 단체협약 만료 후 징계제한 조항의 효력이 있는가, 셋째 징계사유 중 일부가 쟁의행위 전에 발생한 것임에도 쟁의기간 중에는 징계할 수 없는가이다. 결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고는 무효라는 것이다. 법원은 쟁의기간 중 징계제한을 두텁게 보호하는 판결을 내렸다.

쟁의 중 징계제한의 취지

쟁의기간 중 징계제한의 취지에 대해 법원은 “쟁의기간 중에 쟁의행위에 참가한 조합원에 대한 징계 등 인사조치 등에 의해 노조의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쟁의행위가 그 목적에 있어 정당하고, 절차적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제반 규정을 준수함으로써 정당하게 개시된 경우라면, 비록 그 쟁의 과정에서 징계 사유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쟁의가 계속되고 있는 한 그러한 사유를 들어 쟁의기간 중에 징계위원회의 개최 등 조합원에 대한 징계절차의 진행을 포함한 일체의 징계 등 인사조치를 할 수 없음을 선언한 것(대법원 2008다70336)”이라고 보고 있다.

쟁의행위가 벌어지면 사용자와 노조는 대립상태에 돌입한다. 사용자는 노조를 여러 가지 수단으로 약화시키고 조기에 쟁의행위를 종료시키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징계권한’을 통해 노조를 위축시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노조는 쟁의 중 징계를 제한하는 조항을 단체협약에 두고 있다. 사실 노동3권의 근본 취지가 노동자와 사용자의 실질적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쟁의기간 중에 징계권한으로부터 노동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판결은 당연한 것이다.

사유가 쟁의기간 전에 발생한 것이라도 징계제한

본 사건에서 법원은 비록 단체협약이 만료됐을지라도 쟁의기간 중 징계제한 조항이 다음 단체협약 체결 때까지 유효하다는 기존 판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또한 피고는 노조가 ‘사장 퇴진’ 등을 피켓과 집회에서 주로 주장하는 등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대상 판결은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이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것이고, 절차 등을 정당하게 거쳤던 사정으로 볼 때 정당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최근 철도노조의 파업 등 공공부분 파업에서 논란이 됐던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 부분에서도 명확하게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점들은 과거 판례를 재확인한 것이다.

본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징계사유가 쟁의행위 이전에 발생한 것일지라도 징계할 수 없다는 조항이다. 노사관계 현실에서는 쟁의행위에 돌입하기 전에 교섭을 진행하면서 크고 작은 대립이 벌어진다. 사용자는 바로 징계하지 않고 소위 ‘쌓아 두었다가’ 쟁의행위가 고조되는 등 결정적인 시기에 대량 징계하는 방식의 노무관리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판결은 해당 조항이 쟁의기간 중 노조의 약화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징계사유가 쟁의기간 전에 발생한 것일지라도 징계제한 조항을 적용받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여전히 느슨한 노동위원회의 징계제한 조항 해석

여러 차례 단체협약의 쟁의기간 중 징계제한 조항을 두텁게 해석하는 판결이 나오고 있음에도 노동위원회는 여전히 이를 느슨하게 해석하는 결정을 하고 있다. 이는 노동부와 노동위원회가 쟁의행위를 일종의 일탈적 상황 혹은 준 위법상황으로 보고 조속한 분쟁상태 해결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분쟁의 조속한 해결도 중요하지만 쟁의기간 중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사용자의 부당한 징계에 대해 신속히 시정하고 구제 받을 수 있도록 노동위원회의 조속한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판결의 아쉬운 부분

본 판결이 쟁의기간 중 징계제한에 대해 긍정적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여전히 아쉬운 점은 있다. 원고는 노조 내 의견그룹의 대표였으며 의견그룹이 노조의 자유게시판에 게시한 내용 중 일부 공사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었다는 것이 강등과 해고의 사유였다. 이에 대해 판결은 강등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의 중요 기능 중 하나는 기업 내 비리 부정행위에 대한 비판 기능이다. 참고로 피고의 사장은 부패 문제로 임기 중 사표를 냈고 현재 검찰 수사를 통해 비리 행위가 밝혀지고 있다. 만약 노조의 비판에 대한 탄압을 노동위원회나 법원이 보호해 줬다면 부패를 조기에 막고 국민의 세금이 새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노조와 조합원의 비판이 비록 경영진의 명예에 손상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할지라도 비판자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에서는 노조의 경영참가를 적극 독려해 기업 내부 비판과 견제의 기능을 순치시키고 활성화시켰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뿌리 깊은 상명하복 문화로 인해 법원은 내부 비판을 기업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로 보고 있다(실제로 피고의 공사에서 내부고발 조합간부를 파면시켰던 사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뒤집고 해고가 정당하다고 결정했다). 법원과 노동위원회가 기업 내 비판과 견제 기능으로서의 노조의 역할에 대해 전향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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