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있는 일부 제약사를 선정해 여러 혜택을 부여하는 보건복지부의 '혁신형 제약기업 육성정책'에 중소 제약업계 노사가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상위권 제약사를 중심으로 한 판짜기에 나서 중소 제약업체의 도태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지원’ 사업이 중소 제약사들에게는 구조조정 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개된 사업계획을 보면 복지부는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 역량을 갖춘 혁신형 제약기업을 선정해 약가우대·세액공제·R&D 투자 지원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

복지부는 연구개발비가 연간 매출액 1천억원 이상인 경우 5% 이상, 1천억원 미만일 경우 7% 이상 또는 총 연구개발비가 50억원 이상인 회사를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해 3분기 기준 각사 공시자료를 확인한 결과 복지부가 제시한 혁신형 제약사 기준에 부합하는 회사는 20곳에 불과했다. 총 250곳으로 추산되는 국내 제약사 중 10%에도 못 미치는 곳에 혜택이 집중되는 셈이다.

중소 제약사들은 복지부의 이번 계획이 제약업계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장기적으로 구조조정의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약가인하 정책으로 중소 제약사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는 반응이다. A제약사 관계자는 “(지원기준인) 연구개발비 비중이 당초 2~3%에서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위기에 빠진 제약사는 나 몰라라 하고 양극화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복지부의 정책이 구조조정을 노골화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B제약사의 노조 관계자는 “상위 제약사 중심으로 업계를 재편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드러나는 정책”이라며 “중소 제약사의 일괄적인 구조조정으로 고용불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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