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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가는 하청노동자, 대책 없는 정부방치된 하청노동자 건강권 … “원청, 산재 연대책임 져야”
김은성  |  kes04@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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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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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5명의 목숨을 앗아 간 인천국제공항철도 계양역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이 채 안 된 지난달 30일. 울산의 선박제조업체인 세진중공업에서 하청노동자 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현재까지 정확한 사고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계양역 참사와 사고의 구조적 원인이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

울산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선박 안 밀폐공간에서 전기절단기에 이어 그라인더로 철판을 가는 작업을 하다 잔류가스에 불꽃이 튀어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진상조사를 위해 이달 13일께 세진중공업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할 예정이다.

유족 중 일부는 원청인 세진중공업의 사과를 요구하며 사고 후 8일이 지나도록 장례를 미루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금속노조 울산지부는 유족과 함께 '세진중공업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공동대응에 나섰다. 대책위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동일한 장소에서 원·하청이 작업할 때 산재예방 의무는 원청에 있다"며 "세진중공업 안에서 30여개 하청업체가 혼재된 상태에서 작업을 하는 동안 안전조치와 업무지시를 원청이 하는 만큼 세진중공업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사망한 노동자들은 원청이 요구한 공기를 맞추기 위해 강제로 작업에 투입됐고 △원청이 관리하는 혼재 작업시 사고가 발생했으며 △원청이 점검해야 하는 잔류가스 점검, 산소농도 측정 등의 최소한의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진중공업이 사망 노동자들과 직접적인 고용계약을 맺지는 않았지만, 작업공정을 결정하고 작업공정에 대한 장소적·물리적 통제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가 세진중공업에 책임을 묻는 이유다.

이마트·한전·철도서 하청노동자 죽음 잇따라

문제는 이 같은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경기도 고양시 이마트 탄현점은 지하실 냉동기에서 이상소음이 발생하자 냉동기설치회사인 트레인코리아에 수리를 요청했다. 트레인코리아는 다시 오륜이엔지라는 영세한 냉동기 수리업체에 하청을 줬다. 오륜이엔지 사장은 아르바이트 대학생 3명과 함께 이마트를 방문했고, 이들은 수리 도중 새어 나온 냉매가스에 의해 모두 질식사했다. 이들은 매번 다른 사업장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이날 처음 방문한 탄현점 지하실의 작업환경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듣지도 못했다.

그러나 경찰은 "조사 결과 작업환경 관리책임이 트레인코리아에게 있다"며 안전관리자를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하청업체인 오륜이엔지에게도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가 적용됐지만, 사업주가 함께 숨져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전기원노동자들은 한국전력이 생산한 전기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한전이 마련한 협력사 업무처리기준과 배전안전수칙 지침에 따라 일한다. 그럼에도 종사상 지위는 영세한 전기공사업체의 상용직 혹은 일용직이다. 영세 업체들은 안전조치를 취할 여력이 없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배전현장에서 18명의 전기원노동자들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한전이 예산절감을 위해 안전상 검증이 안 된 신공법 등을 도입해 전기원노동자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공기업인 한전은 전기원노동자들의 작업공정에 관여하는 사용자 역할을 하면서도 발주처라는 명목으로 안전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철도공사와 이마트·세진중공업의 사례를 보면 공통점이 눈에 띈다. 이들 업체들은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능력과 자본을 갖추고 있음에도 '갑'의 신분에 안주해 안전에 대한 책임을 영세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이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허술한 법망' 빠져나가는 대기업

노동자 건강권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사업주가 아닌 원청사업주도 해당 사업장 안전보건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건설업·선박·보트 건조업 등 1·2차 산업에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서비스업 등 3차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해 속수무책이다.

반면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도급사업주의 의무조항이 미비한 한국과 달리 선진국에서는 도급인(발주처·원청)과 수급인(하청) 관계에서 도급사업주에 대한 의무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07년 실시한 ‘유해·위험작업에 대한 하도급업체 근로자 보호강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하도급 관련 해외법규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원·하청 간 계약단계에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있다”며 “장소에 대한 총괄적 책임은 사고나 유해환경의 원인을 제공한 곳에서 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도급업체에게 강하게 의무를 부담해 책임을 더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며 “국내에서도 유해·위험작업의 무분별한 하도급을 방지하고 취약한 하도급업체 노동자의 안전보건 여건 보완을 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진국 "발주처·원청 안전의무 책임" 규정

최근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이 잇따르자 국내에서도 원청 사업주가 산재에 대한 연대책임을 지도록 입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파견계약 사례이긴 하지만 원청사가 작업 도중 발생한 산재에 대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인정한 판례도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처벌조항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사업주를 최고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과연 그런 처벌을 받았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노동건강연대가 최근 원·하청 구조하에서 발생한 하청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판례 등을 분석한 결과 법 위반에 대한 처분이 약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표 참조>

 

   
 


정해명 노동건강연대 정책위원(노무법인 노동과 삶 공인노무사)은 “재판을 청구해도 무죄로 확정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아 현실에서는 한 명의 목숨값이 벌금 기백원이란 공식이 깨지지 않고 있다”며 “집시법 위반 등으로도 벌금이 수백만원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산안법 위반이 얼마나 물방망이 처벌인지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신고조차 되지 않는 산재은폐 '심각 '

중대재해는 그나마 신고라도 되지만 어지간한 산재는 신고조차 되지 않는다. 도급 물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대부분의 하청업체들이 공상처리를 하고, 노동자들도 고용상 불이익을 우려해 신고를 꺼리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외주화와 원청의 무책임한 태도,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하청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몬다는 점에서 사회적 타살에 다름 아니다. 정혜경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산재는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같은 사고가 반복돼도 대책 마련은 고사하고 솜방망이 처벌과 규제완화로 죽음을 방조하고 있다”며 “구조적인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산재에 대해 원청이 책임을 묻게 하는 입법투쟁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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