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의료를 담당하는 중소병원 활성화를 위해 병원 공급규제와 함께 지원방안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박형근 제주의대 교수는 5일 오후 보건의료노조와 환자단체연합회가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개최한 워크숍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는 두 단체가 주최한 의료공급체계 혁신을 위한 연속 워크숍 열 번째 자리다. 주로 중소병원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다.

실제로 한국 의료공급체계에서 허리에 해당하는 2차 의료를 맡은 중소병원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2차 민간중소의료기관은 2천79개의 병원(평균 120병상)과 223개의 종합병원(평균 500병상)이 있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90.6%는 300병상 미만 규모다. 공급에 대한 규제가 없어 중소병원이 무분별하게 과잉공급되고 있다. 이들은 외래의 경우 의원과 경쟁하고, 입원은 대형병원과 경쟁하느라 그 역할이 애매하다. 병원시장의 고급화·전문화·대형화 추세를 따라잡지 못해 의료서비스 경쟁에서도 밀린다. 경영난이 심해 최소한의 인력 확보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정부의 정책마저 부재한 상황이다.

박 교수는 "중소병원 공급체계에 대한 규제를 전제로 의료서비스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부의 지원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며 "정부의 지원이 가능하려면 중소병원의 운영을 투명하게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병원 지원은 진료부문에 대한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력확충과 조직역량 제고에 소요되는 운영비 지원이 핵심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밖에 21세기형 새로운 병원 모델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고 있는 건강증진병원을 한국에 적용해 보자는 제안도 나왔다. 남은우 연세대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병원을 치료하는 곳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시키는 시설로 새롭게 재탄생시켜 중소병원을 건강증진병원으로 활용하자"며 "지역주민들의 일상 속에서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지역 의료복지 중심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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