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비정규직노조

"학교비정규 노동자의 공무원 전환은 꿈이 아닙니다.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힘을 모아 학교 내 무기계약 노동자들을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습니다."

박금자(47·사진)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의 새해 목표다. 박 위원장은 4일 오전 서울 영등포 전교조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지난 2010년 전라남도에서 장만채 진보교육감을 탄생시켜 학교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쟁취한 것처럼 올해도 정치를 바꿔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데 힘을 모으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로 구성된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지난해 2월 고려대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노조 출범을 선언했다. 그 후 노조는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당시 창립대회에 함께했던 전국교육기관회계직연합회(전회련)가 조직 운영에 대한 이견으로 이탈했고, 고용노동부가 복수노조 금지와 조합원 신고 숫자 확인 등의 이유로 설립신고증을 교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해 7월에야 설립신고를 완료했고, 지난달 20일에는 임원이 변경된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법적 지위를 획득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학교라는 공공기관에 비정규 노동자들을 노조로 조직화하는 것에 대해 현 정부가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설립신고증 교부를 계기로 정정당당하게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만큼 조직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창립대회를 함께한 전회련과 헤어지게 된 점은 조합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사건으로 지도부 모두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학교비정규 노동자를 위해 언젠가는 다시 만나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노조는 전국여성노조·공공운수노조전회련본부와 함께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공동대책회의'를 구성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을 면담하고 공무원에 준하는 수당을 신설하는 등 학교비정규 노동자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시켰다. 박 위원장은 전라남도와 전남 광주가 학교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하기로 합의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학교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임용권을 학교장에서 교육감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교육청 예산으로 급여를 받고 있음에도 학교장이 고용권을 쥐고 있어 학교의 재정상태나 학교장 개인의 재량에 따라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위협에 처해 있었어요. 이젠 당당히 교육노동자로 일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마련된 겁니다."

박 위원장은 95년 전남 순천의 한 초등학교 급식 조리사로 입사해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17년을 일해도 경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임금은 항상 최저임금 수준을 맴돌았다. 그래도 이런 일자리에서 잘릴까 봐 매년 가슴을 졸였다고 했다. 그러던 중 2010년 장만채 진보교육감이 당선됐고, 학교비정규직의 열악한 상황을 전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노조를 결성했다.

전교조 초창기 멤버인 남편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박 위원장은 "처음엔 모두 고용이 불안하다다 보니 노조를 만든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며 "지금은 전남의 고용안정 쟁취 사례와 수당 신설 등의 성과를 보고 노조가입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에게 1월은 1년 중 가장 끔찍한 시간이다. 학교가 계약갱신 여부를 결정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부산시교육청이 노조 부산지부 조합원들의 계약을 해지해 논란이 됐다. 박 위원장은 부산시교육청장 면담을 위해 교육청을 방문했다가 끌려나오는 수모를 당했다. 부산지역에서는 민주노총 부산본부 등이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위를 구성해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매년 1월이 되면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소리 없이 계약해지로 거리로 내몰린다"며 "올해는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별법을 통과시켜 부산시 교육청 해고사태를 해결하고,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쟁취하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9월 학교회계직원 및 교육행정기관 소속 무기계약 노동자를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박 위원장은 “학교 등 공공부문에서 먼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사회의 전체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될 수 있다”며 “전남지역에서 실현된 고용안정의 꿈을 전국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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