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산하)

대상판례/ 서울중앙지법 2011카합2120 단체교섭응낙가처분

1. 들어가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부칙 제4조의 ‘이 법 시행일’의 의미를 놓고 고용노동부와 법원이 각기 다른 해석을 하고 있어 실무상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개정 노조법의 국회 통과 때부터 계속돼 온 논란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비록 하급심 법원의 결정이긴 하지만 전주지법(2011.8.12선고 2011카합448)과 서울중앙지법(2011.8.3선고 2011카합1584)이 노조법 부칙 제4조의 ‘이 법 시행일’을 2011년 7월1일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아직까지 ‘이 법 시행일’은 2010년 1월1일이라는 기존 행정해석을 변경하지 않고 있다. 기존 입장을 확고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본 판례는 다시 한 번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변경을 촉구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주목된다.

2. 본 사건의 경과
(1) 본 사건 신청인인 A노조는 기존 임금협약이 2011년 2월28일 만료되자 같은 해 4월27일경부터 사용자(피신청인)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노사는 2011년 6월21일 개최된 교섭에서 단체교섭에 관한 절차적 원칙에 합의하고 이에 따라 교섭을 진행했다. 그런데 2011년 7월1일 해당 사업장에 B노조가 설립신고를 마치고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사용자는 이에 대해 기존 A노조와 신설된 B노조가 교섭창구를 단일화할 것을 요구하며 기존 A노조와 단체교섭을 거부했다.

(2) A노조는 단체교섭 불응에 대해 2011년 7월5일부터 서면 단체교섭 요구 및 개별교섭 요구를 하고 B노조가 과반수노조라는 공고에 대한 이의신청제기 및 이의신청 취하 등 일련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했다.

A노조는 그러나 2011년 8월22일 자신이 교섭대표노조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단체교섭응낙 가처분을 신청했다.

3. 본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
(1) 노조법 부칙 제4조의 ‘이 법 시행일’에 대한 해석
서울중앙지법은 노조법 부칙 제4조의 ‘이 법 시행일’은 2011년 7월1일을 의미한다고 해석해 기존의 결정과 동일한 입장을 취했다.

법원은 그 근거로 ① 부칙 제4조의 ‘이 법 시행일’의 의미가 문언·체계상 명백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 ② 법 시행일을 2010년 1월1일로 보게 되면 교섭창구 단일화가 시행되는 2011년 7월1일이 되기도 전에 교섭창구 단일화의 예외규정이 미리 시행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점 ③ 법 시행일을 2010년 1월1일로 보면 2011년 7월1일 당시 교섭 중인 노조는 2010년 1월1일부터 단체교섭을 진행 중인 경우를 제외하고 단체교섭권을 박탈당하는 반면, 2010년 1월1일에 단체교섭 중이었으나 그 이후 단체교섭을 진행하지 않다가 2011년 7월1일에 이르러 단체교섭에 임한 노조는 단체교섭권을 유지하는 부당한 결과가 된다는 점을 들었다. 법원은 A노조가 ‘이 법 시행일’인 2011년 7월1일 당시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었으므로 A노조에게 교섭대표 노조의 지위를 인정했다.

(2) A노조가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포기했는지 여부
A노조는 2011년 7월5일부터 일련의 교섭단일화 절차에 참가했는데 본 사건에서는 A노조의 이런 행위가 A노조의 교섭대표노조 지위의 포기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됐다.

법원은 이에 대해 교섭대표 지위의 포기는 자신이 교섭대표노조의 지위에 있음을 알면서도 그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확정적 의사를 표현해야 성립한다는 점을 전제하고, A노조는 자신의 지위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상기 판단을 근거로 해 A노조는 교섭대표 노조로서 사용자에 대해 단체교섭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사용자의 단체교섭 거부로 A노조에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다고 봐 A노조의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을 인용했다.

4. 본 판례에 대한 평가
노조법 부칙 제4조의 ‘이 법 시행일’이 문리적으로 2010년 1월1일 또는 2011년 7월1일로 단정해 해석할 수는 없다는 법원의 판단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또한 법 해석의 체계성과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할 때 ‘이 법 시행일’을 2011년 7월1일로 본 법원의 결정은 타당하다고 평가한다.

부칙 제4조는 ‘이 법 시행일 당시 단체교섭 중인 노조는 이 법에 따른 교섭대표 노조로 본다’ 고 규정하고 있는데, 동 조항의 ‘이 법’을 시행일이 2010년 1월1일로 규정돼 있는 부칙 제1조 본문의 ‘이 법’으로 보게 되면 2010년 1월1일에 단체교섭 중인 노조는 복수노조 제도가 아직 실시되지도 않았음에도 2010년 1월1일부터 2011년 7월1일까지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가지게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또한 상기의 경우 노조는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가지지만 노조법의 교섭대표노조에 관한 개정법이 아직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은 기간 동안 교섭대표노조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는 문제점도 발생한다. 관련 규정을 통일적으로 해석해 보면 ‘이 법 시행일’을 2010년 1월1일로 보는 입장은 체계적인 측면에서 아무래도 조화롭지 못하다.

한편 ‘이 법 시행일’을 2011년 7월1일로 해석하면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는 2011년 7월1일 당시에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던 기존 노조의 교섭권이 보장된다. 반면 이를 2010년 1월1일로 해석하면 2011년 7월1일 새롭게 설립된 노조의 교섭권 확보에 도움이 된다. 즉 기존노조와 신설노조 중 어느 노조의 이익을 더 보호하는 것이 구체적 타당성에 적합한 법해석이 되는지가 문제된다.

이와 관련, 부칙 제4조는 개정 노조법의 시행에 즈음해 기득권의 보장범위를 정한 임시적 경과 조치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이 법 시행일’을 2010년 1월1일로 봐 기존노조의 기득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보다 이를 2011년 7월1일로 봐 기존노조의 기득권을 보장하고 최대 2년에 해당하는 한정된 기간 동안 신설된 노조의 교섭권을 제한하는 것이 구체적 타당성에 적합한 법해석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노조법 부칙 제4조에 대한 법원의 사후적인 결정이 있기 전에 노동부에 의해 교섭대표노조의 지위가 부정되고 있었던 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는 것을 교섭대표노조 지위의 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법원의 결정도 전적으로 옳다고 평가한다.

A노조가 그 당시 자신이 교섭대표 노조라는 법률적 판단을 할 수 없었을 것이므로 교섭대표 노조의 지위를 포기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그런 상황에서 교섭단일화 절차에 참가하지 않을 것을 기대할 수도 없으므로 이를 노조의 책임으로 돌릴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5. 마치며
노조법 부칙 제4조 ‘이 법 시행일’의 의미를 일관되게 2011년 7월1일로 해석하고 있는 법원의 결정이 이번에 다시 한 번 확인됨으로써 동 규정을 둘러싼 법적 혼란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단체교섭 응낙가처분은 비교적 단시간 내에 결정이 내려지고, 사용자에게 간접강제금의 지급의무가 부여되기 때문에 동 조항과 관련된 분쟁은 일단 법원의 해석내용에 따라 처리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본 결정은 노조법 부칙 제4조의 ‘이 법 시행일’에 대한 법원의 최초 결정 이후에 2011년 7월1일 당시 교섭을 진행 중이던 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할 경우 교섭대표노조 지위의 포기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는 점에서 법원이 노동부의 입장을 어느 정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상급심 판례를 기다려 보아야 하겠지만, 복수노조 허용을 위한 개정 노조법의 시행일은 2011년 7월1일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가 개정 노조법 시행일에 대한 행정해석을 조기에 번복하는 것이 현장의 혼란을 조기에 종식시키는 지름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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