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호
 
민주노총 지도위원
조준호(54·사진)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노동자(노동계) 출신 인사가 총선에 직접 출마하는 것만이 대리정치 시대를 마감하고 노동자 직접정치 시대를 여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것이 진보정당 내 노동자 중심성을 강화하고 정치세력화를 확대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조 지도위원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매일노동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통합진보당의 노동자 중심성이 약화됐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렇다고 대표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고 오히려 노동계가 주체적으로 함께 극복해야 할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을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이룰 핵심 정당(진보정당)으로 평가했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라는 민주노총의 정치방침도 통합진보당으로 계승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지도위원은 “노동자 직접정치 실현을 위해서는 민주노총이 총연맹이나 산별노조별로 노동자 후보를 적극 발굴해 총선에 출마시켜야 한다”며 “당은 비례대표 2년제를 도입하고 공장(사업장)마다 현장위원회를 구성해 재정과 인력을 지원하는 등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 통합진보당이 출범했다. 통합 과정을 평가한다면.

“창당에 버금가는 합당이 필요했다. 진보정당 통합은 노동자·농민·시민사회 등 기층 대중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어야 했다. 그러나 국민참여당 참여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에서 각각 통합안이 부결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랐다. 일정에 쫓기면서 애초 기획했던 많은 내용을 통합 과정에서 실현하지 못했다. 그래도 통합을 이뤘으니 절반의 성과는 거뒀다. 나머지는 이제부터 채워야 한다.”

- 통합 과정에서 노동자 중심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그것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통합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고, 일정상 불가항력적인 부분도 있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를 보다 중요하게 부각하는 과정은 필요했지만 그렇다고 통합진보당의 대표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통합 과정에서 국민참여당 문제가 불거졌는데, 몇몇 개인의 성향을 두고 이리저리 잣대를 들이밀거나 미리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다. 시민사회나 촛불세대가 자유주의적 성향을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와 함께 가야 할 세력인 것 또한 분명하다. 이들의 마음을 얻어야 국민의 마음도 얻을 수 있다. 뺄셈정치는 진보적 대중정치의 영역을 축소할 뿐이다.”

-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대리정치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 그동안 노동계는 현안을 들고 진보정당 출신 국회의원을 찾아가 문제 해결이나 입법을 요구했다. 의원들이 그것을 받아 노동계를 대리해 입법을 추진했다. 옛 민주당 등 다른 야당과의 관계와 무엇이 다른가. 이제는 노동자 직접정치가 필요하다. 총연맹이나 산별노조별로 노동자 후보를 발굴하고 출마시켜 당선까지 책임져야 한다. 그 후 산별노조가 필요한 입법과제를 자신이 배출한 국회의원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 산별노조 정책실이 의원실이 되고,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그 산별노조를 대표해야 한다. 둘이 한 몸이 될 때 대리정치가 끝나고 직접정치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것이 노동자 중심성을 회복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길을 여는 방안이다.”

- 산별노조와 진보정당 의원이 한 몸이 된다는 것은 어떤 뜻인가.

“일례로 보건산업의 문제를 가장 깊이 있게 오랫동안 고민했던 조직이 어디겠는가. 바로 보건의료노조다. 보건산업의 개혁방향은 물론 구체적인 입법과제까지 모두 고민하고 직접 만들고 있지 않은가. 노조는 최근 통합진보당 집단가입운동을 벌이고 있다. 무상의료 실현과 병원인력 확충을 위해 이를 추진할 국회의원을 직접 배출하겠다는 의지다. 노조는 당원확보를 통해 당에 지역공천과 비례대표를 요구할 계획이다. 언론문제는 언론노조가, 교육문제는 전국교직원노조가, 이런 흐름을 모든 산별로 확대해야 한다.”

- 출마한다 해도 현실 정치에서 당선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물꼬를 트는 문제다. 노동자 출신 당선자가 없으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노동자 출신 구청장을 당선시킨 인천 동구를 가 보니 정치세력화에 대한 노동자들의 관심이 남달랐다. 노동정치의 핵심도시인 울산은 얼마나 관심이 높겠는가. 노동자도 직접정치를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노동자 요구를 실현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원 가입에 적극적이고, 당원이 늘면 정치활동도 강화된다.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노동자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다. 노동자 직접정치는 새로운 세계를 여는 판도라의 상자다. 뚜껑이 한 번 열리면 선순환 구조로 맞물려 상승작용을 일으킬 것이다. 노동자 출신 룰라 다 실바 브라질 전 대통령은 퇴임 때까지 국민에게 큰 지지를 받았다. 그런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세 번이나 낙선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거대 산별이 당원 가입운동을 벌이고 선거에도 적극 나선다면 국회의원 한둘쯤은 당선시킬 수 있다.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거나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 통합진보당은 노동자 정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비례대표 2년제를 시행하고 현장위원회를 강화해야 한다. 산별노조들이 (추천한 후보가) 돌아가면서 직접정치를 경험하도록 비례대표 2년제를 도입하는 등 당이 과감하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그 경험은 앞서 이야기한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당은 공장(사업장) 내 현장(정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재정과 인력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거의 12시간씩 일하면서 잠자는 시간만 빼고는 공장 안에 머무른다. 현장위를 강화해야 노동자 당원이 늘어나고 정치참여도 활발해진다. 당장 재정 압박이 있을지라도 현장위 강화로 당원이 늘면 이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그 힘이 강해져 밖으로 흘러넘치면 지역활동, 지역위원회가 활성화될 것이다. 비례대표 2년제와 현장위원회 지원은 당의 노동자 중심성을 강화하고 노동자 대중정치의 서막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다.”

- 민주노총 내부에서 통합진보당 배타적 지지 문제로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데.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라는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통합진보당으로 계승돼야 한다. 분당 사태 때도 유지됐던 방침이다. 더구나 진보신당 내 주요 인사들이 지금은 통합진보당에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당이 통합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중심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보했다면 반발이 적었겠지만 불가피하게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배타적 지지 자체가 쟁점이 된다면 의견은 대립할 수밖에 없다. 통합진보당이 배타적 지지를 얻은 후에 어떻게 노동자를 배려할지 프로세스까지 제시해야 한다. 그 지향에 대한 동의가 배타적 지지 방침 유지로 이어질 수 있는 동력이다. 비례대표 2년제를 포함해 노동자의 직접정치, 산별노조 정치참여의 문을 열어 주는 것이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그런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 배타적 지지 이야기는 소모적인 논쟁만 불러올 것이다.”

- 노동자 중심성 강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농민의 당은 옛 민주노동당이 아니었을지라도 농민의 국회의원은 강기갑 의원이었다. 농민들은 강 의원과 같은 당이라는 이유만으로 민주노동당 후보들을 지지했다. 서울대 농대 박사가 강 의원보다 농업정책을 더 잘 알 리 없다. 농민의 마음은 더더군다나 모른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란 저 멀리 있는 그 무언가가 아니다. 노동자가 직접 정치에 참여해 권력을 갖고, 그 권력을 노동자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노동자에 의한 정치가 노동자를 위한 정치다. 그것이 바로 노동해방이다. 당장 4월 총선 때부터 수많은 노동자 후보가 출마해야 한다. 그 흐름에 일조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집행유예 기간(민주노총 파업 주도 등)이라서 총선 출마자격이 없다. 그럼에도 당의 노동자 중심성 강화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만큼 온 힘을 다해 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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