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태기자

29일 새벽 국회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전날부터 농업협동조합법 재개정과 론스타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농성을 하던 금융노조 관계자들이 국회 경위들에 의해 끌려 나왔다. 그러자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이 혼자서 원내대표실에 다시 들어가 농성을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국회에서 어렵지 않게 봐 왔던 모습이다. 하지만 농성을 하다 끌려 나온 이들이 한국노총 금융노조 소속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주통합당 창당에 참여했던 한국노총의 산별연맹 중에서도 금융노조는 야권통합을 주도한 핵심 조직이다. 김문호 위원장은 비록 임시이긴 하지만 민주통합당의 최고위원이다.

한 당의 최고위원이 같은 당의 원내대표실을 점거했다가, 경위들에 의해 끌려 나간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창당 과정에서 참여 주체세력의 의견을 수용해 당론으로 채택됐던 것이 하루아침에 뒤바뀌어 버렸다. 민주통합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농협법을 재개정하고 론스타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추진하겠다던 기존 입장을 변경했다. 농협법 재개정과 론스타 감사 모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기존 입장도 마뜩잖아 원내대표실 점거농성에 나선 참이었다.

김진표 원내대표 등 민주통합당 지도부의 입장 변화는 한나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당론 관철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과정이야 어쨌든 “노동존중을 최대의 가치로 삼겠다”던 민주통합당의 당헌이 무색해진 것은 분명하다. 금융노조 내에서는 “야권통합 참여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노조뿐만 아니라 한국노총과 민주당도 난감하게 됐다.

이번 사태는 민주통합당과 한국노총이 함께하는 정치실험이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과 비정규직 문제 등 금융현안만큼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이 향후 쟁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통합당은 “사전에 충분히 협의했다면 이렇게 난감한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한국노총 관계자의 말을 곱씹어 봐야 할 것 같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