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매각과 관련해 공기업화를 요구하던 한국항공우주산업노조(위원장 정상욱)가 정책금융공사의 지분매각 결정 이후 방침을 바꿨다. 노조는 사실상 공기업화 추진을 유보하고 조합원들의 뜻을 반영해 매각 과정에 개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21일 노동계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15일 정책금융공사가 지분 매각을 결정한 뒤 공사에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해 왔다. 노조는 그동안 공기업화의 당위성을 강조했지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정책금융공사가 공기업화에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정책 결정권한이 없다고 밝힌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공기업화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노조는 이달 19일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의 사업장 방문을 저지하지 않았다. 당초 노조는 공기업화에 대한 진 사장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사업장 방문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공기업화 추진을 위해 정치권의 공감이 중요한데 내년 총선·대선의 영향으로 힘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업화를 위한 활동을 보류하고 매각 과정에 개입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배경이다.

노조는 △인수자금 마련과 향후 투자에 여유가 있고 △제조업 기반을 갖췄으며 △해외 수출망이 마련된 곳으로 지분이 매각돼야 한다는 뜻을 정책금융공사에 전달한 상태다. 노조는 지분매각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를 사전에 노조에 통보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공사도 내부 핫라인 설치에 동의하고 지분매각 과정을 노조와 공유하기로 했다”며 “공기업화가 어렵다면 매각에 개입해 최대한 노조의 뜻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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