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성수

공인노무사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
센터)

얼마 전 우리 부부는 아이를 낳았다.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지만, 키울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다른 부모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맞벌이 부부는 더욱 고민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고민을 해 봐야 별다른 게 떠오르지도 않고 선택할 수 있는 대안도 몇 안 된다. 주위에 돌봐 줄 사람이 없다면 육아휴직을 하거나 부모 중 하나는 일을 그만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육아휴직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

잠깐 외국의 사례를 보자. 스웨덴은 출산 60일 전부터 자녀가 여덟 살이 될 때까지 육아휴직을 최대 480일 사용할 수 있으며 1년 정도는 소득의 약 80% 정도를 보장한다. 그중 120일은 부모가 각각 60일을 쓸 수 있으며 사용하지 않으면 없어진다. 엄마와 아빠가 육아휴직을 절반(240일)씩 쓰면 일정액의 세금을 감면해 주는 정책도 쓰고 있다. 출산 후 여성의 직장참여, 남성의 육아참여를 동시에 지원하는 정책이라고 한다.

스웨덴을 비롯한 노르딕 3국을 뺀 유럽국가들은 산전후휴가가 상대적으로 짧게 설정돼 있으나 이 기간 동안 소득보전 수준이 높고, 육아휴가 기간은 매우 길다. 프랑스는 16주의 산전후휴가 동안 100% 임금이 보전되며 육아휴직이 가능한 기간이 3년이다. 급여는 둘째 이후 자녀부터 정액으로 받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만 6세 이하 자녀를 뒀다면 엄마와 아빠가 각각 1년씩 육아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맞벌이인 경우 한 아이를 기르는 데 총 2년의 육아휴가를 쓸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이전에 정액 50만원이었던 급여는 올해 1월1일부터는 임금의 40%(50만~100만원)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이처럼 외국에 비해 수준은 떨어지기는 하지만 법은 갖춰져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제도도 실제 현장과는 간극이 있다. 육아휴직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은 아직 열악하고, 회사는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렵도록 분위기를 조장하거나 퇴사를 암시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나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얼마 전 한 노동자와 상담한 내용이다. 육아휴직을 다녀오니 책상이 치워졌단다. 4개월간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돌아와 보니 회사는 원래 맡고 있었던 업무가 아닌 단순작업을 하는 업무를 하라 했다는 것이다. 이 노동자가 항의하자 직장상사는 분위기가 이러니 사직서 내고 나가는 게 어떠냐고 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어쩐지 분위기가 냉랭하고, 회사측의 강압적인 분위기에 결국 사직서를 쓰고 말았단다. 결국 이 회사는 육아휴직 기간 중 해고는 처벌의 대상이니 일단 복직시킨 후에 해고 수순을 밟았던 것이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이 노동자는 오히려 사직서를 쓰고 나왔다. 그 바람에 구제방법이 더욱 어려워지고 말았다.

운 좋게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더라도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도 선택은 노동자의 몫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대다수 노동자들이 위 사례처럼 육아휴직을 사용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특히 비정규직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데 법에서 어떠한 예외도 두고 있지는 않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계약기간 동안만 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을 보장받는 한계가 있다. 육아휴직은 사직서에 다름 아닌 것이다.

법 적용이 엄격해지고 정책이나 제도가 좀 더 영리해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사용자의 인식 변화와 더불어 육아를 사회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그러면 우리 아이를 좀 더 건강한 노동자로 키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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