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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원 자택서 수면 중 돌연사, 업무상재해”

심장이 약했던 한 운전원이 자택에서 자다가 돌연사 했다면 업무상재해일까 아닐까. 법원은 3교대 근무 등에 따른 과로 누적이 기존 심장질환을 급격히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업무상재해라고 판결했다.


유족 “3교대 근무에 따른 과로로 돌연사”

이아무개씨는 한 운반서비스업체 운전원으로 하루 8시간씩 1일3교대로 일했다. 그는 지게차 등을 이용해 △LCD 생산에 필요한 재료를 자재창고에서 생산라인으로 운반하는 업무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폐자재를 폐기장으로 이동시키는 업무 △반제품 상태의 패널을 생산라인에서 모듈(Module)동으로 이동시킨 후 패널을 빼고 난 빈 상자를 회수·세정해 생산라인에 재투입하는 업무 등을 수행했다.

그런데 빈 상자(1개당 10~20킬로그램, 1회 운행시 16~48개 정도의 빈 상자 발생)를 회수·정리하는 과정에서 회사 내 상자를 적재할 장소가 부족해 말썽을 빚었다. 이에 회사는 연장·조출 근무자를 모집해 빈 상자 정리업무를 수행하게 했다. 당시 이씨가 소속돼 있던 팀의 조장이 사직하자, 그는 회사의 지시로 조장의 업무를 대신 하게 됐다. 이로 인해 이씨는 상자 회수 정리 등을 놓고 구성원들과 갈등을 겪고 힘들어했다. 내성적인 성격의 이씨는 쉬는 시간은 물론 연장근로를 자청해 가며 빈 상자를 정리했다. 그의 평일 연장근로시간은 같은 조원들에 비하여 2배 이상 길어졌다. 그는 사망 무렵 6개월 동안 월 평균 249.3시간을 일했다. 매일 8시간씩 한 달에 25일 근무하는 노동자의 경우 월 근무시간은 200시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11시에 퇴근해 자택에서 잠깐 수면을 취하던 중 자정이 넘도록 일어나지 않자 모친이 이씨를 깨우기 위해 방에 들어가 보니 이미 몸이 굳어져 있었다. 바로 119 구조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새벽 1시30분경 사망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사인은 ‘미상’이었다. 이씨는 사망 당시 32세로 건장한 체격을 유지하며 음주는 거의 하지 않았다. 하루 한 갑 정도의 담배를 피웠지만 건강검진에 다른 특이사항도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부검소견을 통해 “고인의 심장은 무게가 395그램으로 키에 비해 비대하고 심실이 전반적으로 확장돼 국소적인 섬유형성과 심근세포의 비대가 관찰되는 것 외에 달리 고인에게 사인으로 고려할만한 질병이나 손상이 보이지 않았다”며 “고인의 사인은 ‘확장성 심근병증에 의한 심장성 돌연사’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확장성 심근병증은 ‘울혈성 심근증’이라고도 불린다. 유전·약물복용·임신·심근염 등 다양한 경우와 연관돼 발생하나 원인 없이 특발성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심실의 수축기 펌프기능 저하로 심장이 확대되며 흔히 심부전의 증상을 나타낸다. 환자에게는 운동성 호흡곤란·피로·기좌호흡·발작성 야간 호흡곤란·말단부종 등의 증상들이 나타난다. 일부 환자에게는 수개월 혹은 수년 후에야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심부전이나 부정맥 등에 의해 사망에 이르며 급사의 위험이 있다.


공단 “적응하기 어려운 급격한 작업환경 변화 없었다”

유족은 “고인이 휴식 없는 1일3교대제를 반복하며 장기간 과로와 스트레스에 노출됐다”면서 “이로 인해 확장성 심근병증이 악화돼 숨진 업무상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반면 공단은 “고인이 사망 전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긴장·흥분 또는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공단은 또 “업무량과 시간이 발병 전 3일 이상 연속적으로 일상 업무보다 30% 이상 증가되거나 발병 전 1주일 이내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및 작업환경 등이 일반인이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뀐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해 업무상 사유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맞섰다.

법원은 이 같은 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힘들지 않은 일이더라도 3주 연속 휴무 없이 3교대 근무하다 확장성 심근병증에 의해 사망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며 “기존 질환인 확장성 심근병증이 업무와 관련이 없어도 돌연사를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과로와 스트레스가 질환을 급격히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된다"고 판시했다.


법원 “과로가 기존 질환 급격히 악화시켜”

법원은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내인성 급사의 경우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사망에 이르는 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의학적인 소견인 점 △장기간 육체적 피로가 누적됐을 것으로 보이는 점 △운전업무 자체는 크게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빈 상자 정리와 관련해 고인이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기본적으로 1일 3교대제는 생리적 리듬에 역행하는 것으로 신체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피로가 가중되는 구조인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관련판례] 서울행법2009구합24382

김은성  kes04@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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