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회 기자

1일 서울시가 비정규직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며칠 전에는 시와 산하기관 소속 비정규직 2천800명을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더니, 연일 비정규직 관련 뉴스를 내놓고 있다. 비정규직의 확산이 사회 양극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서울시의 파격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놀라운 것은 비정규직센터 설립을 추진하기 위해 서울시가 책정한 예산의 규모다. 무려 30억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덧붙이면 민간기관인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경우 1년 예산이 2억원에 불과하다. 경상남도가 운영하는 센터 4곳의 연단 예산도 각각 5천만원이다. 서울시가 통 큰 결단을 내렸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서울시의회가 민주당 79석, 한나라당 27석, 교육의원 8석으로 구성된 점을 감안하면 예산안 처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서울시는 하루빨리 노동문제 전문가들을 모아 센터 운영을 위한 아이디어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학계나 연구단체 진출의 한계, 경제적 어려움 등을 감수하면서 비정규 노동 문제를 연구해 온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전국 각지에 설립된 비정규직센터들이 어떠한 고충을 겪고 있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 전국의 지자체가 운영하는 센터의 연간 예산은 평균 5천만~7천만원 수준이다. 센터 설립을 바라는 노동자는 많은데 예산 지원이 제한적이다 보니 센터 직원의 인건비를 줄여 인력을 추가로 채용하는 곳이 적지 않다.

경상남도의 경우 민주노총 경남본부과 여성노동자회가 도로부터 각각 3곳과 1곳의 센터 운영권을 위탁받았다. 4곳의 연간 예산을 합치면 총 2억원이다. 그런데 경남본부와 여성노동자회는 이 돈으로 5곳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예산의 일부를 갹출해 센터 한 곳을 늘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근자들의 급여가 넉넉할 리 없다.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상근직원들의 월급은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인 134만원에도 못 미치는 122만원 수준이다. 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보상체계부터 마련해야 한다.

서울시내 비정규직에 대한 실태조사도 시급해 보인다. 시는 최근 시와 산하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능성과 규모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전면적인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한 연구용역비 1억원을 책정했다. 여기에 그칠 것이 아니다. 서울시내 비정규직의 현황과 차별실태를 속속들이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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