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노무사
(노무법인 함께)

필자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국선노무사로 활동하고 있다. 보통 두 달에 한 번 정도 국선노무사 제도를 통해 사건이 배당된다. 노동법에 대한 사용자측의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절차상의 하자나 해고의 정당성을 다툴 여지조차 없는 사안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신청인은 부당해고로 인정이 돼 복직하거나 임금상당액을 받고 화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 전 노동위원회로부터 배당받은 사건은 보통의 사건이 처리되던 과정과 달라 지면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노동자 오아무개씨는 중소규모 택시회사의 5년차 운전기사로 사측의 답변서상 해고사유는 운송수입금 횡령과 사업장 내 폭행, 기물파손, 운행차량의 무단사용 등이었다. 사측이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해고에 이를 만한 충분한 사정이 있어 보였으나 신청인 오씨와 면담한 결과 아니나 다를까 회사측의 과도한 꼼수가 있었다.

사실은 이렇다. 운송회사의 경우 노조가 상당수 조직돼 있다. 그러나 운송회사에는 사실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어용에 가까운 노조가 적지 않다. 노동자 오씨가 근무하는 택시회사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오씨는 평소 동료 노동자들과 회사운영에 관한 얘기를 자주했고, 회사를 상대로 문제제기도 했다. 현재 노조 집행부를 세우는 데 일조해 이미 문제 노동자로 ‘찍힌’ 상태였다. 해고 전까지는 커다란 문제 없이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 오다가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회사는 그가 평소 성향을 드러내 복수노조를 설립하려 한다는 소문을 듣고 앞서 밝힌 사유로 해고했다.

오씨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고 조사가 진행되고 이유서를 제출하자 회사는 느닷없이 복직명령을 내렸다. 이렇게 되면 노동위원회를 통해 다툴 구제이익이 사라져 신청인이 취하하거나 화해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오씨는 달랐다. 심문회의를 통해 회사의 부당한 징계에 관해 당부를 가리고 해고기간에 대한 임금상당액을 받아야 한다며 취하나 화해를 거부했다. 노동위원회도 회사도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회사는 이 문제가 복직명령으로 간단히 해결되리라 생각했고 노동위원회는 신청인의 취하나 화해로 종결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심문회의 당일, 신청인석에 앉아 회의를 준비하는데 여러 사람이 들어와 서로 인사를 했다. 오씨도 누군가를 향해 “위원장님도 오셨네요”라며 인사를 건네기에 필자는 조합원이 해고를 당했으니 노조위원장은 당연히 신청인측 참고인으로 왔겠거니 하고 회의준비를 계속했다.

그런데 위원장이 사용자측 참고인으로 호명됐다. 회의 참석자를 확인하던 지노위 위원장도 노조 위원장이 사용자측 참고인으로 참석한 것이 맞느냐며 한 번 더 확인을 하고서야 심문회의를 시작했다. 회의가 진행되면서 신청인의 주요 징계사실에 대한 확인 과정에서 사측 참고인인 노조위원장이 자기 조합원인 오씨의 징계사실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사측의 징계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이상한(?) 모습이 연출됐다.

회의 내내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아무리 어용노조라 하더라도 노조위원장이 사측 참고인으로 참석한 것도 모자라 자기 조합원의 징계를 정당하다고 발언을 쏟아내는 상황을 회의가 끝나고서도 이해하려고 해 봤지만 쉽지 않았다.

현재 오씨는 회사에서 근무 중이다. 판정문 전달을 위해 통화를 했더니 회사의 유치한 탄압과 핍박이 만만치 않단다. 가장 오래된 차를 배정해 주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도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다.

택시노동자 오씨의 사건을 보며 오랜만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펼쳐 봤다. 노조법 제2조는 ‘노동조합’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돼 자주적으로 단결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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