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윤정 기자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날치기 처리하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는 한 편의 ‘막장 드라마’였다. 22일 오후 3시 예산관련 정책의총을 한다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제히 본회의장으로 이동한 뒤 의장석을 점거했다. 야당 의원들은 각자 상임위에서 회의를 하거나 같은 당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뒤늦게 달려왔지만 허사였다. 국회 경위들의 철저한 통제 속에서 야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입장이 허용됐지만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항의와 절규 외엔 아무 것도 없었다.

이날 오후 4시를 조금 넘겨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의장석 아래에서 최루탄을 투척했다는 소식이 봉쇄된 본회의장 문 밖으로도 터져 나왔다. 들것과 간호사가 들어갔다.

한나라당은 지금도 김 의원의 행동에 대해 “테러”라고 공세를 펴고 있지만 김 의원은 “한나라당이 억지 눈물이라도 흘리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기자들의 취재 또한 철저히 봉쇄했다. 박희태 의장을 대행한 정의화 부의장이 가장 먼저 처리한 것은 ‘비공개 회의’ 안건이었다. 이렇게 ‘국민의 알 권리’는 철저히 짓밟혔다. 봉쇄된 4층 방청석 출입문을 야당 보좌진이 뚫으면서 기자들은 ‘역사적 현장’을 생생히 목도할 수 있었다. 매캐한 최루탄 가스 냄새가 진동했다. 기자들도 재채기를 피할 수 없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언제 준비한 것인지 마스크를 쓰고 다시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그리고는 전광석화와 같이 한미FTA 비준안이 통과됐다. 이때가 4시28분. 본회의가 시작된 지 5분만이었다. 이후 상임위에 상정조차 된 적도 없는 부수법안들이 줄줄이 통과됐다.

절차와 명분 모두 잃은 한미FTA 비준 처리에 시민들의 항의는 당연한 것이었다. 즉각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왔고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경찰은 지난 23일 저녁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았다. 한파가 몰아치던 날 물대포를 맞은 이들에겐 악몽과도 같았을 것이다.

야당과 시민들의 분노에 잠시 고개를 수그린 듯 한 한나라당은 다시 얼굴을 들고 있다. 한나라당은 24일 김선동 의원에게 “사죄하고 사퇴하라”며 공세를 높이고 야당에 대해선 “묻지마 투쟁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거리정치에 올인 한다면 국민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으름장도 놓았다.

한나라당이 잘못 판단하는 것이 있다. 지금 국민적 비난을 받고 있는 당사자는 바로 한나라당이라는 사실이다. 야당에게 먼저 사과를 요구하기에 앞서 사과해야할 당사자는 바로 한나라당이다. 날치기 처리로 국회 파행을 만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통상주권을 강행처리한 역사적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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