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지난 22일 결국 강행처리 됐다. 한미FTA가 국내 경제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산업이나 업종에 따라 대략적인 전망은 나오고 있지만, 전체적인 고용과 국민의 삶의 질에 나타날 현상은 안개에 가려져 있다. 양극단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미FTA는 우리나라 노동시장, 노사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일부 호황 산업, 고용증가로 이어지지 않아”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업종별로, 부문별로 한미FTA 발효에 따라 받는 영향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업종이 있을 것이고,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도 있다.

그런데 경쟁력을 갖고 있는 산업이 크게 이윤을 남겨 재투자하고 연관산업에 긍정적인 역할을 미친다고 하지만 그럴 개연성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이 수출을 통해 호황을 누렸지만, 거기서 나온 이윤이 재투자되고 고용 증가로 이어진 적이 있나.

대기업들이 수출을 통해 시장을 넓혀도 그것이 노동시장에 플러스 효과를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특정 산업이 피해를 보고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면, 그것이 일부라 하더라도 노사 또는 노정갈등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이 조금이라도 사적 이윤추구의 대상이 된다면 전체적인 사회분위기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긍정적인 면이 아무리 많아도 부정적인 면이 일부라도 존재한다면, 부정적인 면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커지게 마련이다. 사회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

“극단적 고용불안, 노사관계는 악화”

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

한미FTA는 관세철폐와 무역촉진을 위한 단순한 협정이 아니다. 한미FTA의 본질은 바로 양국 경제체제의 전면 통합이다. 1% 대 99% 사회라는 극심한 양극화는 미국 그 자체이다. 또한 미국은 서구선진국 가운데 해고가 가장 자유로운 노동유연화의 천국이다. 이러한 경향은 국내법에 앞서 투자자(초국적자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보장하는 한미FTA를 통해 그대로 우리나라에 강요될 것이며 경쟁이데올로기를 통해 독이 스미듯 확장될 것이다.

극소수 재벌의 수출이 늘어난들 ‘고용없는 성장’이 달라질 전망도 없고, 국내 투자가 확대된들 금융관련 투기성 투자와 인수합병이 주일 것이다. 이는 곧 고도의 노동유연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초래할 뿐이다. 따라서 고용시장의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실업이냐 저임금 비정규직이냐’라는 빈곤한 선택은 더욱 만연할 것이다. 기술이전·현지생산품 사용의무·고용승계·단협승계·내국인 일정비율 고용의무를 금지한 한미FTA의 ‘이행의무부과금지’ 조항은 이를 뒷받침하는 일례이다. 결국, 극단적인 고용불안은 곧 노사관계에서 자본의 일방적 우위를 강화할 것이며, 불리한 조건에서 노동기본권은 더욱 후퇴될 위기에 놓여 있다. 자본경쟁의 희생양인 노동자 민중에게 한미FTA는 재앙이다. 노동조합이라면 눈 뜬 채 재앙의 날치기 비준을 지켜볼 수 없음은 당연한 이치이자 권리이다.


김동욱

한국경총
경제조사본부장

“일부 손해 불구, 전체 일자리 증가”

김동욱 한국경총 경제조사본부장

한미FTA 발효에 따라 이익을 보는 기업도 있고, 손해를 보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업종간에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농업과 제약업은 일정정도 고용사정이 악화될 것이고, 자동차 부품이나 섬유는 더욱 좋아질 것이다.

모든 기업과 업종에서 이익과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경제지도가 확대되고 경제가 성장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FTA가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등 국제기준을 대부분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노동계가 한미FTA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이 계속 된다면 단기적으로는 노사관계 안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광일

고용노동부
국제협력담당관

“FTA 성장 효과, 노사 협력에 달려있다"

박광일 고용노동부 국제협력담당관

올해 8월 국책연구기관 합동연구에 따르면 한미FTA의 장기적 효과로 실질국내총생산(GDP)은 5.66%, 고용은 35만명이 늘 것으로 추정됐다. 단기적으로 관세감축에 따른 교역증대 효과는 크지 않지만, 자본축적과 개방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큰 기여를 할 것이란 예측이다. 물론 전 업종이 모두 수혜를 입는 것은 아니다. 주로 서비스업과 제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농림어업은 단기적으로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장기적으로도 증가 폭이 미미하다.

정부는 FTA로 인한 산업구조 조정에 대비해 근로자들의 실직예방·전직지원·능력개발·고용촉진 등 고용지원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2007년 11월 ‘FTA 국내보완대책’을 수립해 대비체계를 마련해놨다. 올 8월에는 ‘FTA 환경하에서 농어업 등의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마련해 농어민에 대한 지원도 강화했다.

그러나 성장과 일자리 창출 전망은 노사협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사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FTA를 통한 새로운 기회를 우리 경제의 성장과 발전으로 실현하는 것은 결국 노사 등 경제주체들의 행동에 달려있다. 한미FTA는 특히 노동챕터를 따로 둬 두 나라가 국제노동기준을 국내법령으로 채택·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우리 노사관계 관행을 선진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윤진호

인하대 교수
(경제학)

“고용양극화 심해질 수도”

윤진호 인하대 교수(경제학)

국내에선 한미FTA가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가 잘 진행돼 있는 상태는 아니다.

다만, 큰 틀에서 볼 때 FTA가 국제 경제체제에의 편입을 말하는 것인 만큼 각국의 특수한 제도와 관행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노동관계법과 노사관계 관행이 미국식과 맞지 않을 때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는 국가정책은 투자자국가제소제도(ISD)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컨대 미국이 노동관계법 자체에 대해 접근하지 않더라도 기업 내부의 제도와 관행에 대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기업의 특수성인 장기고용과 퇴직금 관행 등에 대해 제동을 걸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이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표로 남고 있는 상황이다.

또 고용시장은 질적인 측면에서 우려된다. 우리가 수출의존도가 높은 만큼 고용도 영향을 받는다. 수출산업이 잘 되면 고용이 플러스 되는 측면은 있다. 그러나 우리는 기업 간 양극화가 심한 상황이다. 한미FTA로 인해 우리의 취약 산업에 미국이 들어오면 우리의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 등에서 타격을 받아 고용이 악화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고용의 질과 양극화란 측면에서는 마이너스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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