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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사고 후 정신질환 재발, 업무상재해"

정신병력 전력이 있어도 정상적인 생활을 해 왔다면 업무상사고 후 생긴 정신질환은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건설노동자 배아무개씨는 경기도 평택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도중 갑자기 토사가 무너져 발목이 묻히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사고현장 주변 동료들이 목격해 바로 119에 신고를 했고, 30분 후 구급대에 의해 구조됐다.

배씨는 사고로 타박상과 요추 추간판탈출증 등의 상해를 입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요양승인을 받아 상병에 대한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배씨는 사건 후 소주 1병 이상을 마신 다음날 머리가 아픈 것과 같은 두통을 앓았고, 잠을 자다가 깜짝 놀라 깨는 일이 수차례 반복됐다. 결국 사고 발생 후 10개월 만에 외상성스트레스증후군 진단을 받고, 공단에 추가로 요양승인을 신청했다.

앞서 배씨는 지난 97년 정신분열증이 있어 입원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후 사고가 있기까지 정신 질환에 대한 치료 없이 정상적으로 생업에 종사해 왔다.

배씨의 치료를 담당한 의사는 "원고가 정신분열증으로 치료를 받은 경력이 있지만 97년 이후 최근까지 정신분열증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있지 않았고, 사고 후 망상 등이 발생한 점을 보면 사고로 인해 정신분열증이 재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

하지만 공단은 요양승인 신청을 거부했다. 공단은 “배씨가 정신질환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고, 사고의 객관적인 정도가 심하지 않은 점을 볼 때 배씨의 정신이상 증상은 업무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배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신동승 부장판사)는 “공단의 사건 처분은 업무 관련성을 오인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배씨에 대한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하고 근로복지공단이 소송비용을 부담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배씨가 정신분열증으로 치료받은 전력이 있지만 그 후 정상적인 생활을 하다 사고를 당했고, 사고 이후 환각과 망상 등을 겪고 있다면 이는 사고 때문에 생긴 외상성스트레스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외상성스트레스증후군은 ‘객관적인 사고의 경중’ 이 아니라 ‘사고를 경험하는 당사자가 두려움과 공포를 얼마나 심하게 느꼈는지’에 달려 있다”며 “배씨가 작업 중 무너져 내린 흙더미에 신체일부가 묻히고 119 구급대의 도움으로 구조될 수 있었던 사고내용에 비춰 보면 배씨에게는 이 사고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된 것으로 배씨의 증상이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관련판례 서울행정법원 2004구합20552

김은성  kes04@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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