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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퀵서비스에겐 산재보험 여전히 그림의 떡보험적용 방식 천차만별, 자부담 많아 실효성 없어 … 적용제외 유도하는 사업주, 높은 보험료로 노동계도 분통
김미영  |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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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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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지난 4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연말부터 수차례 밝혔던 택배기사와 퀵서비스 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적용을 오랫동안 요구했던 노동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퀵서비스노조는 “지금도 먹고 살기 힘들어 죽을 판인데 사업주에게 수수료 인상의 빌미만 주게 됐다”며 “정부가 이런 식으로 생색내기 할 바에 차라리 안하는 게 낫다”며 격앙된 표정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노동부에 따르면 택배기사나 퀵서비스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방식은 사업주와 노동자 사이의 전속성 여부에 따라 구분된다. 지정된 장소로 출·퇴근이나 업무의 지휘·감독 같은 사용종속성이 얼마나 강한가에 따라 보험료 부과방식이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노동부는 택배기사는 종속성이 강하기 때문에 기존의 4대 특수고용직군처럼 보험료 부담을 노사가 반반씩 하도록 했다. 그런데 퀵서비스 노동자는 한 개 업체에 전속된 경우(전속기사)에는 택배처럼 사업주와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하지만 여러 업체의 주문 물량을 배송하는 경우 개인사업자로 간주해 보험료를 노동자 본인이 전액 부담하도록 했다. 이미 산재보험법에 마련돼 있는 중·소기업 임의가입 제도를 따르라는 것이다.

문기섭 산재예방보상정책관은 “장시간 근무로 사고 위험이 높아 민간보험 가입조차 어려웠던 퀵서비스기사를 위해 제도적 보호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전체 10만여명으로 추산되는 퀵서비스 종사자 가운데 5만여명이 전속기사로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가입특례 혜택을 볼 것이라고 밝혔으나 노조의 주장은 다르다.


“퀵서비스 노동자 14.3%만 혜택…이마저 사라질 판”

양용민 퀵서비스노조 위원장은 “통상 퀵서비스 노동자들은 지역 퀵·광역 퀵·준 광역 퀵·개인 퀵으로 구분되는데, 전속기사의 경우는 통상 ‘지역 퀵’에 해당한다”며 “서울·경기지역에는 그런 업체가 아예 없고, 전국적으로도 15%가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산재보험료 절반씩을 부담하도록 한 퀵서비스맨은 지난해 근로복지공단 산재보험 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14.3%에 불과했다. 양 위원장은 “최근 퀵서비스업계에서 PDA 사용이 확대되고, 경쟁이 가속화돼 한 개 업체에 전속되는 노동자는 계속 줄고 있다”며 “하나라도 더 배달 업무를 맡기 위해 다른 업체의 일을 하면 특수고용직 산재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퀵서비스 노동자는 통상 박스 1개당 1만원 꼴의 운송비를 받고 오토바이 한 대에 몸을 의지해 빠르게 배달해 주는 일을 한다. 기름값과 통신료와 각종 쿠폰값 등 콘텐츠비를 제외하고 업체에 23~25%(수도권 기준)의 수수료를 내고 나면 남은 돈은 4천700원 가량이다. 양 위원장은 “퀵서비스맨에게 교통사고는 일하면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업보”라며 “최저생계비라도 벌려면 신속배달을 위해 신호위반과 난폭운전을 해야 하고 결국은 교통사고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래서 퀵서비스업계에서는 교통사고는 행방불명 또는 퇴직금으로 상징된다. 퀵서비스 기사 중 간혹 행방불명되는 사례가 있는데, 대부분이 교통사고 가해자가 된 경우다. 1년에 50만원에 달하는 퀵서비스 전용 손해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사람들은 수천만원이 넘는 피해보상금을 감당 못해 종적을 감춘다. 반대로 교통사고 피해자가 돼 받는 보상금을 받기도 한다. 퀵서비스 노동자들은 이를 농담삼아 ‘퇴직금’이라고 부른다. 그야말로 목숨값인 셈이다. 퀵서비스 노동자들이 이번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절반의 절반짜리’도 안 된다며 분통을 터트리는 이유다.

퀵서비스 노동자뿐만 아니다. 당초 노동부는 간병인과 대리운전 기사까지 산재보험 적용 대상으로 검토했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사용자가 누구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보험료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간병인의 경우 건강보험 간병서비스 급여화 문제와 맞물려 논의가 더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동계는 “건설일용직 노동자나 항만하역 노동자의 경우 날마다 사업주가 바뀌고, 어떤 경우에는 하루에도 여러 사업장에 가서 일을 하지만 이미 산재보험을 적용받고 있다”며 “노동부가 산재보험 적용 확대의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입구 넓혀도 출구 못 막으면 무용지물”

산재보험의 적용 대상은 전체 취업자의 60% 정도다. 임금노동자로 한정하면 82.8% 수준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의 대다수는 특수고용 노동자·가구 내 고용활동 종사자·소규모 건설업 노동자 등이다.

정부는 2008년 7월부터 특수고용노동자 중 레미콘 기사·학습지 교사·골프장 경기보조원·보험설계사 등 4개 직군에 한해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노동자와 달리 보험료를 본인이 50% 부담해야 한다. 가입방식도 사실상 임의가입이다.

골프공이나 골프채에 맞아 부상위험이 있는 골프장 경기보조원의 경우 입사교육을 마치면 회사가 산재 적용제외 신청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게 관례처럼 굳어져 있다. 막상 일하다가 다치면 회사는 법대로 하라며 산재 보상을 외면하기 일쑤다.

노동부에 따르면 2만2천여명의 골프장 경기보조원 가운데 산재보험 가입자는 9월말 현재 344명에 불과하다. 97.9%가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했다. 나머지 4개 직군을 모두 합쳐도 산재보험 적용률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 9월 9일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통해 "지금까지는 산재보험은 신청이 우선이었지만, 앞으로는 당연적용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적용제외 신청이 가능하도록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 대표발의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황이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이미 현행법에도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당연적용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 제외하도록 돼 있다"며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적용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려면 예외조항을 아예 삭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 종합대책 후속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노동부가 시행령으로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예외 조항을 마련할 예정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만 산재 적용 제외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적용 확대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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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선 산재보험 당연적용, 사업주가 보험료 부담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적용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는 보험료 부담주체를 확정하는데 관심을 쏟는다. 노동자와 자영업자 사이의 애매한 위치 때문에 특수고용직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 문제가 결코 쉽지 않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외국에서는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적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고용노동부의 연구용역으로 인하대 산합협력단(책임연구원 정재훈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이 제출한 '특수형태업무 종사자 산재보험 적용방안 마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달리 대부분 국가에서 특수고용직에게 산재보험을 당연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일본은 노동기준법상 노동자를 노재보험 당연적용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자영업자나 농민, 노조 간부 등에게도 특별가입자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다. 특수고용직의 경우 일본의 노재보험은 노동기본법의 노동자 의미를 실질적 관계로 해석해 일반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당연적용하고 있다.

산재보험 가입대상의 폭이 넓은 독일은 취업자와 자영인 이분체계로 산재보험을 적용한다. 독일에서 특수고용직은 취업자로 분류, 일반 노동자의 산재보험 혜택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프랑스는 특수고용직에게도 노동법상 노동자성을 부여해 산재보험 적용에서 일반노동자와 차이를 두지 않는다. 또 오스트리아나 스위스는 특수고용직을 유사노동자로 분류해 사회보험의 보호를 받도록 하고 있다. 연구팀은 "일본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에서 산재보험료를 사업주가 전액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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