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는 섬이다. 물길 이제는 흔적만 남았고 다리가 여럿 촘촘해 육지처럼 오가지만 이름따라 거기 섬이다. 한 무리의 긴 행렬, 그 곳 둥근 지붕 건물을 향했지만 가 닿을 순 없어 그저 휘휘 돌았다. 여럿이 가면 거기 길이라고, 수풀을 헤치고 언덕을 올라 사람들 지도엔 없던 길을 새겼다. 막히면 휘 둘러 지나는 게 물길을 닮았다. 차림새도 나이도 생김새도 달랐지만 뜻이 같아 모였다. 저마다 '99%'라니 처지도 닮아 끈끈했다. 혈기 왕성한 젊은 학생은 경찰 차벽을 향해 뛰었고, 방패에 막혔다. 종종 호송차에 올랐다. 늙은 농부는 따라 걷다 지쳐 아무데고 제 밭인양 앉았다. "에라이 똥물에 빠져 죽을 놈들아!" 욕을 한바가지 퍼붇다가 물대포를 맞았다. "어이 시원하다!" 웃고 넘겼다. 넥타이 정장 차림 말쑥한 이들이, 교복 입은 앳된 소녀가, 주름 많던 어디 노점상 주인이, 또 어디 공장 노동자가 깃발 아래, 아니 깃발 없이도 그 길을 잘도 걸었다. 종종 뛰었다. 틈틈이 아이에스디(ISD)가 어떻고, 레칫 조항(역진불가)이 저렇다며 의견을 나눴다. "한미FTA 반대한다"며 걸음 맞춰 외쳤다. 경찰차벽이 그 길 따라 촘촘했다. 다리 하나 없는 섬처럼 둥근 지붕 건물 그 뒤로 우뚝 솟았다. 둘러둘러 사람들 물길인 듯 흘렀다. 불길인 듯 번졌다. 촛불 하나 기어코 3일 그 밤에 이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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