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7천만원짜리 인간들이 파업을 한다고 합니다. 이 노조의 가면을 쓴 귀족들을 어찌해야 한단 말입니까!"(r203****)

"해고만이 살인이 아니라 파업도 살인이다. 파업으로 주식 폭락해 자살하는 사람들은 누가 책임질 거야?"(phar****)

포털사이트 내 유가증권 상장기업 주가를 살펴보는 코너에 들어가면 노조 파업과 관련된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이 파업하는 노조를 성토하거나 파업에 따른 주가하락을 우려하는 내용이다. 노조가 파업을 하면 주가가 내려가니, 주식을 보유한 이들 입장에서는 노조의 행동이 달가울 리 없다.

노조 파업이나 노사갈등이 주가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와 관련된 언론기사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한진중공업은 희망버스 때는 주가가 떨어졌다는 기사가 잇따르더니, 지난달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제시한 권고안을 조남호 회장이 수용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껑충 뛰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어느샌가 노조의 집단행동과 주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주주(소유자)와 경영자를 분리하자는 주주자본주의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시민단체들은 기업경영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주주참여운동(소액주주운동)을 벌였다. 해당 기업의 노동자가 경영에 참가해야 한다는 운동도 벌어져 곳곳에서 우리사주조합이 설립됐다.

노동계에서는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찬반논란이 심했다. 최근에는 활용론이 많아지는 듯한 분위기지만, 얼마 전만 해도 주식 소유 노동자가 결국 기업의 이해(이윤창출)에 복무하게 될 것이라며 반대하는 의견도 많았다.

최근에는 일부 대기업들이 성과급 명목으로 노동자에게 돈 대신 주식을 나눠주고 있다. 아마 노동계 일부가 우리사주조합을 반대했던 이유와 비슷하게 기업들도 어차피 줄 돈이라면 금전보다는 주식으로 주는 게 기업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5명당 1명꼴인 479만명이 주식거래를 하는 시대. 이제 투자자와 노동자는 다른 이름이 아닌 시대가 됐다. 노동자의 파업과 관련해 비난성 글을 올리는 소액투자자들의 글을 볼 때면 '저 사람은 또 어떤 기업의 노동자일까'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혹은 주가하락을 우려해 자신이 속한 노조마저 비난하는 이들도 있는 건 아닐까.

그래도 투자자와 노동자를 구분 짓는 잣대는 있을 것이다. 쉽게는 보유한 주식을 투자행위(매매차익)로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지, 경영참가나 감시를 위한 회사지분으로서 전체 노동자를 위해 사용할지도 그것을 구분 짓는 많은 잣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투쟁의 성과(?)로 주식을 받았던 노동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나 투자자와 다른 노동자의 정체성은 역시 연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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