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성 기자

희망버스를 기획하고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수배자가 된 시인 송경동(44·사진)씨. 그는 '무허가 인생'을 사느라 기륭전자 투쟁 때 부서진 발목을 치료조차 못하고 있다. 송씨는 지난해 10월 기륭전자 투쟁 현장에서 포클레인에서 떨어져 발뒤꿈치가 함몰됐다. 1차 수술을 하고 14개의 핀을 박아 놓은 상태다. 재활치료 후 2차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25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송씨는 천천히 걷는 것으로 재활치료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는 "정부가 희망버스 배후로 (자신을) 지목해 본의 아니게 유명인사가 된 것이 불편하다"고 했다. 체포영장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칭찬 같아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부산지방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한 지난 7월 문단은 그에게 상을 줬다. 송씨는 지난해 천상병시문학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는 신동엽창작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06년 첫 시집 ‘꿀잠’(삶이보이는 창)을 냈고, 2009년에 두 번째 시집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창착과비평)을 발간했다.

시집엔 그의 인생이 녹아 있다. 송씨는 전남 벌교에서 태어나 소년원을 들락거렸다. 이후 서울로 올라와 유흥업소와 건설현장을 전전했다. 그러다 한길문학학교에서 시를 배웠다. 구로노동자문학회 활동을 하면서 노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평택 대추리·용산 참사·기륭전자와 콜트악기 등 모든 투쟁의 현장에는 그가 있었다. 그가 '산재시'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두 번째 시집에 수록된 '나의 모든 시는 산재시다' 중 일부다. "나와 우리가 진정으로 겪고 있는 가장 엄중한 산재는 이것이 아닐까/ 더이상 희망을 말하지 못하는/ 다른 세계를 꿈꾸지 못하는/ 이 가난한 마음들, 병든 마음들….”

‘이 가난한 마음들’을 모으고 싶어 탄생한 것이 희망버스다. 장기투쟁을 하는 쌍용자동차·재능교육·발레오공조·콜트·콜텍 노동자들이 모여 홀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연대하자고 의기투합한 것이 시작이었다. 희망버스는 700여명으로 시작했다. 4차 희망버스에는 무려 1만5천여명이 모였다.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 낸 것이다.

"과거에는 투쟁하면 달라질 거라는 희망이라도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엔 희망조차 갖기 힘들어요. 더 엄혹해진 것 같아요. 당장 답이 없더라도 다른 사회에 대한 꿈을 얘기하고 연대하는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희망버스는 바람을 몰고 왔다. 철옹성 같았던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국회에 출석해 권고안에 합의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개혁진영이 한진중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정리해고 투쟁 대신 사회안전망 확충을 진보진영의 활동방향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논란이 일었다.

송씨는 이에 대해 "조삼모사 같은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기업의 모든 부를 가지는 조 회장은 왜 노동자들이 경영위기를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해 답해야 한다"며 "수십년간 피와 땀으로 한진중을 만든 노동자들을 무시하고 기업의 무한착취 논리를 정당화해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희망버스는 한진중을 넘어 무분별한 해고에 대해 사회적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라며 "권고안을 넘어 자본의 기만적인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과 사회체제를 재정비하는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자도 꿈꾸고 행복할 기본권이 있습니다. 자본이 노동자의 피와 땀을 일방적으로 착취하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넘어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했어요."

송씨는 "현 체제에 갇혀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꿈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온갖 투쟁현장을 제집 드나들 듯 사는 그에게 정부는 수차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송씨는 그런 자신의 삶을 "허가받을 수 없는 인생"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내 시도 무허가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의 시 '무허가'는 이렇게 끝난다. "허가받을 수 없는 인생/ 그런 내 삶처럼/ 내 시도 영영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누구나 들어와 살 수 있는/ 이 세상 전체가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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